[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필자는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는 모임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사람들이 좋아서 만나다가 어찌어찌하다 보니 정례화하게 되고, 재미삼아 모임에 이름을 붙이게 되며 모임에 우두머리 격인 회장을 선출하면서 어김없이 그를 보좌할 총무를 뽑게 된다. 실은 왜 그렇게 형식적인 조직을 갖춰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아무튼 이쯤 되면 회장은 그 모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 추대되는 것이 관습인지라, 누가 회장이 될 것인지에 대한 다툼은 거의 없는다. 하지만, 총무는 이와 양상이 조금 다른 것이 회비는 회비대로 내면서 그 모임에 대한 온갖 잡일을 담당하게 되니 많은 분들이 고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임 총무의 캐릭터는 대략 모임의 성격에 맞는 적당한 나이, 모임에 대한 애착도, 그리고 회원들이 부려먹기(?) 알맞게 약간은 둥글둥글한 성격 그리고 모임 구성원의 요청을 칼같이 거절할 줄 모르는 약간 우유부단함이 있는 사람으로 설명될 듯하다.

그런 적정 캐릭터와 상관없이 필자는 정말 많은 모임의 총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총무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겠다. 어떤 모임에서는 막내라는 이유로, 어떤 모임에서는 변호사란 이유로, 어떤 모임에서는 자주 안나와서 자주 나오라는 이유로, 어떤 모임에서는 그 반대로 필자가 자주 나와서 라는 등의 이유로 총무로 지명당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필자로 총무를 정해놓고 그냥 이유를 막 붙인 것이 차라리 합리적이랄 수 있겠다.

필자가 총무당한(?) 사유야 어찌되었든 필자가 총무가 되었다고 갑자기 총무로서의 재능을 꽃피울 수 없는 것 아닌가. 결국 필자가 총무를 담당했던 모임이 유명무실해 지는 일도 많다. 물론 유명무실해지게 된 이유에 대하여 필자는 이미 쇠락해 가고 있던 모임의 마지막 곳간 열쇠를 쥐었을 뿐이라고 스스로 변호도 해본다. 그리고 그런 변호가 딱히 틀리기만 한 것은 아닌 것이 필자가 총무임기를 마치고 다른 적극적이고 발넓은 총무가 부흥을 위해 노력해도 다시 활기를 되찾은 모임도 별로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어떤 모임에서 필자는 참 인기좋은 총무로 평가받기도 한다. 회비가 없는 모임에서는 우선 총무가 카드로 지출을 하고 카드명세서를 첨부해서 회원들에게 분담을 청구해야 하는데, 필자가 이를 깜빡 잊고 청구하지 못하여 필자도 모르는 사이 열일하고 밥값까지 내는 고마운 총무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걷어놓은 회비가 있는 모임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모임마다 필자 카드로 계산하고 모임계좌에서 지출비용을 인출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다음 총무에게 모임계좌 인계를 할 때에 모임의 회비가 정상적으로 운영했을 때보다 많아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음 총무에게 회계를 넘기면서 일일이 계산하기 어려울 때에는 몇번의 모임식대는 그냥 총무인 필자가 쐈다고 말하고 박수받는 것을 택하는 것이 차라리 맘편하기 때문이다. 총무로서 어려운 것이 약속 날짜 정하기, 약속 장소 정하기, 참석인원 파악해서 모임 식당 예약하기, 부정기 외부 행사(등산, 골프 등) 일정잡기, 회비 독촉하기 등이다. 그 중 특히 어려운 것은 특정 모임일에 참석인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왜이리 답변을 안해주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심지어는 간신히 잡은 일정에 뒤늦은 태클을 거는 회원도 간간히 있어 이쯤되면 회비를 내면서 총무를 볼 것이 아니라 수당을 받고 모임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오죽하면 총무닷컴이나 총무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총무로서의 업무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을 구상했을까. 총무의 일정조율에 답변 안한 사람한테는 답변이 올 때까지 자동으로 문자 폭탄이 발송되어 대답안할 수 없도록, 그리고 계산한 식대가 알아서 총무가 등록해둔 계좌로 자동으로 입금되도록 말이다. 선배들 말을 빌리자면 필자는 "총무하기 좋은 나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일시키기 좋은 나이다"인 듯하다. 그래도 모임을 위하여 앞으로도 기꺼이 총무당할(?) 용의는 있다. 하지만 이 땅의 총무들을 대변하여 한 말씀 드린다. 제발 총무가 보낸 문자에 답변을 빨리 좀 주세요. 그리고 총무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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