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감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마을 공동체 회복'

사회적기업 (주)나우리의 주력 사업은 홍보영상 제작이다. 민준형 대표(맨 오른쪽)가 기획제작부 프로듀서, 직원들과 함께 최신 영상 장비인 드론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고객과 함께 성장하길 희망하는 기업이 있다. 소통을 위한 디자인을 표방하며 고객의 꿈마저 디자인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사회적기업 (주)나우리(대표 민준형, nauri.biz) 이야기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위치한 (주)나우리는 그래픽·브랜딩 디자인에서 웹 개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 웹 표준화 퍼블리싱을 하는 IT전문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상 제작분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한 (주)나우리를 지난주 찾았다. / 편집자

# 경력단절 여성을 주목한 까닭

"여동생이 대기업에 취업하고도 결혼 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없어 직장을 그만 뒀어요. 무엇보다 아쉬웠고,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았어요. 능력 있는 여성들이 경력 단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닫는 계기가 됐죠."
 
2012년 창업을 결심한 데는 여동생의 영향이 컸다.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알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수익을 내는 시스템 정도로 인식했다.
 
낯선 영역이었지만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을 즈음 처음 민준형 대표가 주목한 사람은 장애인이었다.
 
"아버지께서 왼쪽 팔을 못 쓰셨어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시절, 많이 위축되셨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죠. 열심히 사셨어요. 새마을지도자도 하시면서 70년대에 이미 일본이며 대만 등의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셨으니까요. 덕분에 우리 3남매가 배운 것이 많았죠."
 
민 대표에겐 늘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시 취약계층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다. 처음 장애인을 고용하고 이후 경력단절 여성들을 채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창업 후 4년이 흐르자 ㈜나우리에서 일하는 직원의 상당수는 주부들로 채워졌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시절이 되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를 개선해보자고 다짐했다.
 
출퇴근 시간부터 조정했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시간을 감안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했다.
 
"아내도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어요. 여동생과 아내를 생각하면서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죠."
 
결혼 13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이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폭넓게 해줬다.
 
사회적 돌봄을 받은 아버지, 어렵게 얻은 아이와 그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로서의 아내. 돈 버는 일만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몰려왔다.
 

# 진정성을 보이면 길은 열렸다

올해로 창업 5년째가 됐다. 웹솔루션 개발 전문 IT기업이었던 ㈜나우리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인쇄물과 책자, 제품 디자인과 웹사이트 구축의 비중이 줄어들고 사업의 무게 중심이 영상으로 이동했다.
 
그렇다고 기존 사업을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사회적기업 홈페이지와 명함 제작, 제품 디자인을 진행하거나 더 잘 할 수 있는 기업에 연결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 디자인 결과물로는 ㈜춤추는북카페의 대표 브랜드인 '프레빈' 포장지 디자인이 있다. 프레빈은 신선한(fresh) 원두(bean)라는 뜻으로 사회적기업 ㈜춤추는북카페의 원두를 매달 배달시켜먹는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한 디자인이다.
 
기업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는 로고 디자인도 진행해 왔다. 로고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의뢰자와의 소통 및 교감.
 
디자인에 대한 공감의 중요성은 인쇄출판 분야와 홈페이지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의 특성에 맞게 분야별 개성을 살린 ㈜나우리의 홈페이지 디자인은 호응이 높다. 사회적기업 공공디자인이즘을 비롯해 사회적기업 위니온, 충북사회적기업협의회 홈페이지도 ㈜나우리의 손길을 거쳤다.
 
민준형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진정성을 보이면 어느 정도 길이 열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당시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매출과 고용인원을 꾸준히 늘린 공로를 인정받아 충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으로부터 유망창업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가운데 일부는 미혼모 가정과 장애인단체에 후원했고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나우리라는 기업명에 따라다니는 '모범기업' 타이틀은 수년간 축적된 '지역사회 신뢰'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 왕초보 새내기 이장의 도전기

올해 민준형 대표는 어느해 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0년 넘게 이장을 맡았던 고향마을 어르신께서 8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셨기 때문이다.
 
동네 궂은일을 맡아줄 젊은 사람이 없다보니 민준형 대표가 자연스럽게 새내기 이장이 됐다. 처음 해보는 이장은 낯설기도 했지만 몸 쓰는 일도 많았다.
 
회사 일에 마을 일까지 돌보다 보니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 마침 회사도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옆 동네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살고 있는 거주지는 청주시 내수읍 원통1리, 사무실은 원통2리에 자리하고 있다. 정서적 거리도 꽤나 가까워서 두 가지 역할을 벅차게(?) 해내기에 나쁘지 않았다.
 
진정성의 힘은 놀라웠다. 신뢰와 실적이 꼬리를 물고 사업도 승승장구, 마을 일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회적기업들의 협업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머리보다 마음이 더 빨리 움직였다. 늙고 쇠약해진 시골마을에 잔치를 베풀고 싶다고 했더니 알고 지내던 사회적기업들이 너도 나도 힘을 보탰다.
 
사회적기업 휴먼케어 송유정 대표가 주도적으로 나서 미용봉사와 민속공연팀을 연결해줬다.
 
왕초보 이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진심' 나누기 하나. 30년 만에 치러지는 마을 잔치에 동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들떠 있다. 마을 부녀회장도 나섰다. 민 대표가 만든 초대장은 인근마을 이장단 회의에까지 전달된 상태. 이미 판은 커졌다.
 
민준형 대표도 30년만의 마을 잔치에 기대감이 크다. 처음 창업할 때처럼 이장 일도 모든 것이 배울 것 투성이지만 진정성 있는 소통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좋은 사장도 되고 싶고, 좋은 이장도 되고 싶다는 민준형 대표. 이제는 사회가, 마을이, 공동체가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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