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클립아트코리아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부나 명예, 건강만은 아니다. 늘 곁에 있는 가족 또는 수많은 만남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맺은 친구와 지인들 역시 소중하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만남 자체를 그냥 흘려보내고 만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모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지만 스쳐지나가고, 현명한 사람은 조그만 인연이라도 소중히 여긴다."고 피천득 시인은 말한다. 범인들은 대부분의 만남을 귀중한 인연인줄을 모르고 지나친다는 지적이다. 삶의 여정에서 닿은 사소한 인연도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자주 깨닫는다. 마치 멀리 떨어진 섬처럼 독립되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인연들이 보이지 않는 수면 밑으로 서로 잇닿아 연결되어 있다.

일본 다도(茶道)에 일기일회(一期一會) 정신이 있다. 주인이 초대한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때, 일생(一期) 동안에 단한 번(一會) 밖에 없는 시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만남이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조금의 소홀함도 없게끔 지극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또한 손님도 이 모임에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임을 알아서 주인의 취향에 뭣 하나 소홀함이 없음에 감탄하고, 진정으로써 사귄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도, 일거수일투족의 행위에도 '적당히'는 통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그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도 좋은 사람을 못 만났다며 불평하고 투덜대기 이전에 스스로 어떤 태도로 상대를 대했는지 돌아보고,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도록 매사 진심과 정성을 다할 일이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비록 오늘 목마르지 않다 하여 우물에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오늘 당장 필요하지 않다 하여 친구를 팔꿈치로 떠밀지 말아야 한다. 오늘 배신하면 내일은 배신당하기 마련이다. 마치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까맣게 잊듯, 사람들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을 까맣게 잊고 산다. 그러다가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아득히 잊고 있던 그를 찾아가 낯 뜨거운 도움을 청한다. 개구리와 다를 게 없다. 우물물을 언제든 마시기 위해서는 먹지 않는 동안에도 깨끗이 관리해 놓아야 하듯,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인맥이라는 인연의 끈을 유지시켜 놓아야 한다. . 단감 빼먹듯이 내가 필요할 때만 이용해 먹고 배신해 버리면 상대방도 그와 똑같은 태도로 맞선다. 따라서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간직하여 오래도록 잘 남겨두는 것이 좋다. 내가 등을 돌리면 상대는 마음을 돌려 버리고, 자신이 은혜를 져 버리면 상대방도 관심을 끈다. 내가 배신하면 상대는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맞선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듯이 등 돌려가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언제 다시 어떠한 모습으로 만나질지 모를 일이다. 처음 만남은 하늘이 만들어 주는 인연이고, 그 다음부터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만남에 대한 책임은 하늘에, 관계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는 셈이다. 좋은 인연은 저절로 맺어지는 게 아닌 만큼 서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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