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y Sherman-Untitled Film Stills #10-gelatin silver print-25.4 x 20.3cm. 1978

당 필자, 이번에는 신디 셔먼의 '무제 영화 스틸' 연작 중에 한 작품을 사례로 들어 화면 '밖'을 향하고 있는 모델의 '시선'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그 사례로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 10번'을 보자. 예? 모델의 포즈가 섹쉬하게 보인다고여? 아하! 허벅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여? 만약 모델의 시선이 우측으로 빗겨가지 않고 당신을 향하고 있다면, 당신이 그녀의 허벅지를 '즐감'할 수 있을까? 만약 여러분들이 이 점에 동의하신다면, 모델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자, 우선 모델의 시선을 보자. 모델의 시선이 오른쪽 상단을 향하고 있다. 마치 그곳에 '누군가' 있는 듯 느껴진다. 왜 모델의 시선은 그녀보다 위에 있는 '누군가'로 시선을 던진 것일까?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이번에는 화면 '안' 그러니까 모델의 배경을 살펴보자. 여러분, 모델이 있는 장소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안타! 당신이 속으로 말하려고 했듯이 그곳은 부엌이다.

여러분, 부엌 바닥에 무엇이 있나요? 찢어진 쇼핑봉투와 음식물들. 빙고!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슈퍼마켓에서 장보고 온 쇼핑봉지가 터져 음식물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런데 그 쇼핑봉투가 어떻게 해서 떨어진 것일까? 손잡이가 찢어져서? 봉투 바닥에 빵구가 나서? 아니면 부엌가구 위에 올려놓은 것이 떨어져서?

그런데 필자의 눈에 쇼핑봉투의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 만약 쇼핑봉투의 손잡이가 찢어졌다면, 그 쇼핑봉투에 손잡이가 찢어진 흔적이 보여야 할텐데 보이지 않는다. 만약 봉투 바닥에 구멍이 나서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라면 그 봉투 위에 음식물이 놓여져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음식물을 담은 봉투가 싱크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모델의 시선이 싱크대 위가 아니라 화면 밖의 위를 향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모델의 시선을 고려한다면, 모델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 '사건'을 저지른 사람이나 동물이 있지 않을까? 혹 고양이가 싱크대 위에 있는 음식물 봉투를 뒤지다가 그만 바닥으로 떨어트린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모델의 시선이 고양이를 향한 것으로 읽을 수 있겠다,

그런데 모델이 어깨에 걸친 외투를 보면 여성용이 아니라 남성용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모델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 어떤 남자가 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시선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모델은 오른손으로 달걀박스를 들어 올리고 있다. 왜 모델은 다른 여타의 음식물보다 달걀박스를 잡았을까? 혹 달걀이 깨지기 쉬운 것이라 달걀이 깨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모델은 오른손으로 달걀박스를 들어 올리다가 무슨 소리(말)이 들려서인지 오른쪽 상단 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다. 혹 남자(남편)이 "이런, 조심성 없이."라고 말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여자(부인)이 눈을 부릅뜨고 남자를 향해 시선을 던진 것은 아닐까? 네? 필자의 상상이 지나치다고요? 물론 그녀의 오른쪽 상단에 아무도 없는지 모른다.

어쩌면 오른쪽 상단에 창문이 있는데,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 창문이 열렸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부엌문이 갑자기 열렸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필자가 상상할 때 여러분은 무슨 상상을 하셨나요? 만약 여러분이 어떤 상황을 상상하셨다면, 바로 신디는 자신의 사진들에 등장하는 모델의 시선을 '밖'으로 향하게 한 이유를 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관객이 영화 속의 배우 시선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신디는 염두에 두고 사진작업을 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신디의 사진은 어느 특정의 영화 스틸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차라리 관객이 스스로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재현할 수 있도록 사진을 연출한 것이 아닌가? 따라서 우리는 신디가 연출한 '무제' 영화 스틸을 보고 '어느' 영화 스틸로 상상하게 될 것이다. / 독립큐레이터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