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김강중 국장겸 대전본부장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이달 소비자심리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2018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전월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7년 12월)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2018.01.26. / 뉴시스

또 다시 봄이다.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오는가. 돌아보면 세월호, 전 대통령의 탄핵, 전전 대통령의 뇌물수사 등 영일(寧日)이 없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 남북 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북미 간 비핵화 공방은 전쟁의 공포였다. 이런 극한 대결은 대화 모드로 전환됐다. 평창올림픽이 기폭제가 된 것이다. 곧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다. 이어 북미 간 정상회담도 개최될 것이다. 통일의 시금석이 될지, 더 큰 위기를 자초할 지는 예단할 수 없다. 세기의 회담은 한반도 명운을 가를 것이다.

나라 걱정은 이 정도로 접어두자. 초미의 과제는 장기불황으로 무너지는 서민 경제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강 건너 불 보듯 뒷전이다. 그저 비핵화의 남북회담, 지방선거, 헌법 개정을 놓고 정파 간 다툼뿐이다. 권력 자체가 적폐이거늘 적폐 청산에 민생도 도탄지경이다. 이뿐인가. AI, 미투 열풍, 6.13 지방선거로 바람 잘 날 없다. 경제학자들은 GDP 3만 달러 정점에서 내리막으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로봇산업, 사물 인터넷 등 4차산업에 대한 절실함도 없다. 취업난 해소를 위해 '추경'으로 공무원 늘리고 대기업에게 일자리를 강요하는 식이다. 중병의 경제에 밑돌 빼 윗돌 괴는 땜질처방이 반복되고 있다.

해마다 대통령 구속을 보는 것도 뜨악한 일이다. 경제 대통령을 자임해 당선 된 그들이다. 뇌물로 자신의 배를 불리고 국민에게는 고통만 남겼다. 작금의 통계는 더욱 암울하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근성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 가계 부채는 1500조 원도 모자란 모양이다. 마침내 빚의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한계 기업·가구가 임계점에 달했다. '화장실만 내 것'이란 하우스푸어도 240만 명에 이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흔들리는 560만 자영업자, 실패한 부동산 정책도 뇌관이다.

청년경제 고통지수도 25.7%에 달해 일자리 정책의 약발도 없다. 실업자 120만 명, 노후가 불안한 740만 베이비부머도 걸림돌이다. 미투 열풍으로 술집, 노래방 등 유흥업소도 IMF보다 어렵다고 한다. 굴지의 토착 대기업도 워크아웃설에 시달리고 있다. 북적대는 곳은 점집과 로또복권 판매소뿐이다. 이런데도 정부나 출마자들은 보랏빛 미래를 운위하고 있다. 허울의 공약으로 또다시 현혹하고 있다.

대전시장, 충남지사 등 단체장의 민선 6기를 살피면 민망하기 그지 없다. 수신(修身)이 안 된 단체장들이다. 행정의 달인이란 전 시장은 '정자법' 위반으로 중도 낙마했다. 임기 내내 재판으로 행정은 표류했고 시정은 동력을 잃었다. 대전의 성장 동력인 과학비즈니스벨트가 그랬고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도 차질을 빚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태는 무능 행정 그 자체였다.

김강중 국장겸 대전본부장

세종시와 오송으로 사람과 기업, 기차가 떠나고 있다. 기를 쓰는 건 도심공원과 갑천친수구역에 아파트나 짓는 일이다. 요즘 채용, 승진비리, 인허가 비리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통탄할 일은 또 있다. 대권주자로 주목을 끌던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이다. 여비서를 무수리 정도로 여겼으니 자신을 왕(王) 쯤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스스로 폐족(廢族)이 된 안 전 지사의 파장은 넓고 깊다. 다시 선거철이다. 광역, 기초 단체장의 공약 이행율은 10%도 안 된다고 한다. 치적 쌓기, 인사비리, 공사발주, 잇권사업에 탐닉했다. 염불보다 잿밥에 매달린 결과다. 이런 여파로 대전시는 10년이나 후퇴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들은 대전을 빈사상태를 만들어 놓고도 '행복한 대전'을 읊조리고 있다. 출마의 변(辯)을 들어봐도 누구 하나 성찰이 없다. 결기와 비전 또한 찾을 수 없다. 이제 시민들은 권력 구조나 선거 결과에 별 관심이 없다. 실업과 금리인상, 물가와 범칙금 인상이 전쟁보다 무서울 뿐이다. 왠지 음산하고 수상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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