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직 사퇴 잠적·민주당, 출당·제명 의결… 경찰 내사 착수
박수현·복기왕·양승조 등 예비후보들 '충격' 선거일정 중단

성폭행 주장이 제기돼 지사직 사퇴와 경찰 수사 대상이 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5일 도청 문예회관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에서 마지막이 된 인사말을 하는 장면. 안 지사는 이날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충남도 제공

[중부매일 최현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공보비서 성폭행 파문으로 인해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야당은 안 전 지사 사건에 대해 특검을 포함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에게 충남지사 무공천을 요구하는 등 지방선거와 연계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탈했던 보수층의 재집결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이로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으로 6·13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선거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했고 복기왕·양승조 예비후보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관망하는 추세다. 특히 이들 세 예비후보는 자칭타칭 안희정의 민선6기를 이어 받을 적통을 자부하며 한달여동안 바쁘게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이들은 안희정 전 지사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직접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수습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악영향을 받게 될 후보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거론된다.

박 전 대변인은 안 전 지사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료로 꼽히는 인물로 그는 이를 십분 활용키 위해 '안희정의 동지, 문재인의 입'이라는 슬로건까지 내걸고 선거전에 나섰다.

박수현 예비후보는 6일 오전 아산시청 로비에서 가질 예정이던 정책 간담회를 취소했다. 그는 '충남도민에게 올리는 글'을 통해 "너무 충격적이다. 안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이 시점부터 도지사 예비후보로서의 선거운동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승조 의원은 안 전 지사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선거전을 벌여 온 만큼 다른 민주당 주자들보다는 악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 의원도 6일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복기왕 前 아산시장도 모든 선거 관련 일정을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안 前 지사의 성폭행 파문은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의 선거법 위반 확정으로 공석이 된 천안갑 선거구엔 허승욱 前 충남도 정무부지사와 한태선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이규희 천안갑 지역위원장 등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허 전 부지사는 민선 6기에 3년여 간 충남도 정무부지사로 지내며 안 전 지사의 '3농 혁신' 정책을 지휘해 '친안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허 전 부지사 역시 사회관계망(SNS) 등 선거 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출불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머지 인사들도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여파가 민주당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탄을 피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폭행 사건과 지사직 사퇴로 각 후보들은 안희정 지우기 또는 거리 두기 등 대대적인 선거 전략 수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밤 9시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고 안 전 지사에 대한 출당과 제명을 의결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 지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도청 조직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여 직원들과 일해왔던 만큼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차질없이 운영될 것"이라며 "지사가 없는 비상상황인 만큼 전 직원 모두 경각심과 책임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전 지사는 현재 공관에 머무르지 않고 있으며 소재 역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수사 전 단계인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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