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지방분권개헌 1천만인 서명운동 결의대회가 1월 15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이시종지사와 각급 기관 단체장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직능단체회원 등이 참석해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제창하며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용수

언론에 따르면, 20~40대에서의 복부비만이 증가하고 있어 국민건강에 우려가 크다. 복부비만은 복부에 체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하며,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과 뇌졸중, 허혈성심장질환 같은 심혈관 질환이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복부지방은 주로 어디에 지방이 분포하는가에 따라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내장지방의 축적이 심하면 건강 위험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내장지방이 많으면 우리 몸의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고 염증 물질이 늘어나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 및 사회구조를 복부비만이 심한 사람으로 비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내장지방이 심하게 축적된 신체와 같다는 의견이 많다. 경제력과 사회문화적 역량이 수도원이라는 우리 신체의 복부에 집중되어 비대해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수도권에 몰려있는 내장지방이 과도한 상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수세기 동안 수도권은 인구요인 외에도 중앙집권 국가의 수도라는 권력요인에 의해 과도한 집적이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수도권은 전체 인구의 2분의 1, 경제력의 3분의 2, 국세 수입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집적을 보이게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수도권 인구 집중과 경제력 집중은 파멸적 집적의 전형적 사례라는 것이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현상은 수도권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삶도 매우 팍팍하게 만들었다. 유례없는 수준의 집값과 물가를 경험하고 있으며, 교통체증 등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비용과 사회적 비용도 측정하기가 무서울 정도이다. 심리적 차원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간, 수도권 내에서도 버블세븐 지역 등 비싼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또 수도권 내에서 부동산 등 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과 저소득 계층 간 갈등의 심화와 상대적 박탈감 등은 치유할 수 없는 수준까지 다다른게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물론 모든 문제를 수도권 집중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수도권 집중이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에는 반론이 많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정부가 여러 차례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었다. 수도권 규제를 하거나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는 시도를 했던 경험도 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현재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려고 했었으나, 공감대 형성이 다소 부족하고 헌재의 위헌판결로 상당수 부처의 이전으로 마무리되었다. 시도는 좋았으나 끝맺지는 못했다. 이후 정부에서는 기업계 등의 요구를 수용해 다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정책으로 인해,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되었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말 중의 하나가 '골든타임'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어지는 마지막 시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무래도 올해는 우리가 수도권 집중이라는 복부비만, 특히 심한 내장지방 축적을 해소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6월은 지방선거가 있기도 하고, 개헌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국민의 인식도 높고 정치권도 약속해 놓고 있다. 이 시점에 우리는 지방분권을 제도화하고 인식을 높여야 한다.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이 고르게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집중은 우리 경제의 흐름을 방해하는 동맥경화를 심각하게 일으키는 내장비만과 다르지 않다. 그 문제에 대해 모든 국민이 다시한번 각성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또 올해 안에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이 자리 잡고 지역 균형 발전이 추진될 수 있는 법률적 체계를 공고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지방분권 개헌에 공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러한 바람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가지 꼭 고려해야할 부분은 지방분권이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불균형과 수도권 비만을 그대로 둔 지방분권은 자칫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의 고착화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현명한 해결과 안정적인 이행을 위한 방안도 같이 마련돼야 한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지방분권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 이후에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비용은 막대하게 소요되기도 하고, 아예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수도권 집중과 지역 쇠퇴라는 문제가 한시라도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와 사회를 모두 위험하게 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그것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고 남은 시간도 얼마 많지 않다는 것도 같이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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