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출판하려는 책이 있어 교열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하루의 노근함이 밀려오기에 뉴스라도 한 토막 듣고 잠을 청하려고 TV를 켰다. 무심하게 씻으려 화장실로 향하는데, 갑자기 우리 민족의 가장 아름다운 음악, 아리랑이 들려왔다. 한밤에 듣는 아리랑은 너무나 처연했다. 나를 돌아서게 만든 그 처연한 아리랑! 허나 TV화면의 장면은 나를 꼼짝없이 몰입하게 만들었다. 평창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겨스케이팅의 한 장면이었다. 아리따운 대한민국의 딸과 푸른 눈의 건장한 한국 청년이 아리랑에 맞춰 멋진 경연을 펼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두 선수의 몸동작에 휘감겨 울려나오는 아리랑을 읊조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핑 하고 돌았다.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이후 계속되는 세계 여러나라 선수들의 아름다운 몸동작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말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몸동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반질반질한 얼음 위에서 말이다. 나도 모르게 상상에 빠졌다. 이들이 얼마나 이 얼음판 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자빠지고 굴렀는지! 그들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을 것인가? 화면에서 이런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는 우리는 그들의 피땀을 훔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연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내친 김에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쇼트트랙에서, 컬링에서, 스켈러턴에서…. 정말이지 우리 선수들은 상상을 초월할 초인적인 기량을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전 세계 청년들의 기량은 이미 至高(지고)한 경지에 들어섰다. 이에 『論語(논어)』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배득렬 교수

孔子(공자)의 제자 子路(자로)는 몸이 건장하고, 성격이 강직하고, 용감하였다. 하루는 그가 孔子의 집에서 가야금을 연주하였는데, 곡조가 격렬한 것을 넘어 殺氣騰騰(살기등등)하였다. 仁道(인도)를 주장하였던 孔子(공자)가 이 곡조를 듣고는 느낌이 좋지 않아 子路가 자신의 집에서 연주하는 것을 못하게 하였다. 다른 학생들이 이러한 태도를 보고 子路에 대하여 함부로 이야기하였다. 이에 孔子가 子路의 음악에 대한 조예가 '초보적 수준(升堂)'에는 올랐지만 아직 '높은 수준(入室)'에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고대의 궁실은 堂이 앞에 있고, 室이 뒤에 있었다. 升堂은 막 입문한 수준을, 入室은 보다 높은 경지를 비유한다. '升堂入室'은 이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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