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청주 비상초 김미숙

/ 뉴시스

난 보는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직접 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나 TV를 거의 보지 않던 내가 요즘 자꾸만 TV 앞으로 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한다. '하나된 열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열리는 평창 올림픽 때문이다.

며칠 전 우연히 아들과 TV를 보고 있는데 참 재미없는 것 같은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은 혼성 컬링 예선전이었다. 중국과의 경기였는데 돌덩어리를 밀어 놓고 앞에서 열심히 빗자루질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것을 보고 아들이 물었다.

"엄마, 왜 힘들게 돌 앞에서 저렇게 빗자루질을 하고 있어요?"

"그러게. 엄마도 왜 저렇게 할까? 생각 중인데,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며 참 어려우면서도 힘들어 보이는 경기를 보았다. 경기는 중국에게 연장전에서 패했다. 경기를 보면서 컬링에 대한 많은 궁금증이 생겨났고, 인터넷 검색을 하는 중에 '컬링 선수의 빗자루질 뒤에 물리학이 있다'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단숨에 읽어 내려간 내용을 보며 컬링이 참 재미있는 과학 스포츠라는 것을 알고 더욱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었다.

컬링은 빙판 위에 '컬(curl)'이라고 불리는 스톤을 미끄러지게 해 약 30.48cm 떨어진 원 모양의 목표지점(house)에 밀어 넣는 게임이란다. 컬링이 독특한 이유는 스톤이 움직이고 둥글게 휘어지는 '컬'을 만들어 낼 때 물리학, 기하학, 열역학 등이 모두 작용하기 때문이라니 얼마나 신비한 과학 스포츠인가? 16세기 스코틀랜드의 강바닥에서 돌을 밀어내 겨루던 경기에서 시작된 컬링은 고도의 전략과 얼음 위의 마찰과 같은 과학 원리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고 있다. 컬링 스톤과 빙판, 스위핑 등에 숨어있는 흥미로운 과학 원리를 살피면서 경기를 보니 더욱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밖에.

컬링은 빙판에서 진행되는 경기지만, 다른 종목의 빙판 특성과 다르다. 컬링장의 빙판은 '페블(pebble)'이라는 작은 알갱이가 있는 거친 표면에서 진행되는데 이 거친 표면은 오히려 스톤을 더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고 한다. 즉 얼음 표면 전체가 스톤과 접촉하는 게 아니라,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가장 윗부분만이 스톤과 접촉하기 때문이란다. 그 만큼 마찰력이 줄어 스톤의 이동 거리가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단다. 또 얼음 위에 페블이 있기 때문에 스톤이 지나가며 한쪽으로 방향이 휘어지는 스핀 조절이 가능하고, 선수가 빗자루로 얼음 위를 쓸어내는 스위핑을 하면 마찰열로 순간 수막이 만들어져 스톤의 속도와 진행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수들이 스톤 앞에서 열심히 빗자루질을 했던 것이구나! 이 때 사용하는 빗자루의 솔은 약간 마모성이 있는 합성소재로 빠르게 쓸면 열이 발생해 얼음 표면을 녹여 수막을 만들고, 마찰을 감소시켜 스톤이 쉽게 미끄러지는 경로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또 스톤은 속도가 느릴수록 더 많이 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스위핑 시기를 결정한다. 그래서 스톤의 마찰력을 잘 조절하는 것이 컬링의 관건인 것이다.

스톤이 빙판을 지나가며 휘어지는 데는 물리학이 있단다. 이것은 얼음엔 스톤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마찰력이 존재하는데 스톤이 감속할 때는 대게 한 방향으로 휘거나 구부러진다. 그래서 스톤을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면 왼쪽으로 휘어지고,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것이다. 경기를 보니 목표지점에 있는 상대방의 스톤가 충돌하여 자리를 뺏고 뺏기는 상황이 있었다, 두 스톤이 충돌하며 또 다른 물리학이 작용되기 때문이란다. 알고 보니 컬링은 정말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운동경기였다.

최민정 선수의 쇼트트랙 500m 경기도 보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숨죽이는 경기였다. 잘 달렸다. 은메달 획득! 자랑스러운 최민정에게 박수를 치는 순간, 실격! 순간 당황했는데 담담히 심판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최민정의 태도가 돋보였다.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이겨야하는 스포츠에서 조금의 반칙이라도 허용하지 않는 점. 이것을 보면서 우리의 정치나 경제생활에서도 받아들여져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과학/컬링의 개요(김태완 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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