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8년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이 적용된 1월 2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거리 한 화장품 가게에서 직원이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2018.01.02. / 뉴시스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메시지가 현실이 되고 있다. IMF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소비를 진작시키고 성장을 지원하겠지만 더 오르면 저 숙련 근로자와 청장년 실업률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IMF의 지적은 예리했다. 일용직·임시직은 10~20%씩 일자리를 잃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급 가족종사자'가 급증했다. 예를 들어 식당과 편의점등에서 아르바이트를 내보내고 주인 가족이 급여를 안 받고 일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발표한 충청지방통계청의 '대전·세종·충청지역 고용동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충북지역 취업자는 82만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3천명(2.9%)이 늘었다. 얼핏 보면 고용시장이 활기를 띤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자영업자들의 비애(悲哀)가 숨어있다. 취업자로는 분류되지만 사실상 가족 일을 돕는 형태의 '무급가족 종사자'가 4만6천명으로 전년대비 3만4천명에 비해 1만2천명(33.9%)가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종업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도 19만5천명으로 1년 새 9.1%가 늘었다. 최저임금이 16.4%가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족들이 돕거나 나 홀로 점포 운영에 나섰기 때문이다. 종업원도 내보내고 한 푼이라도 벌기위해 웬 종일 점포에 매여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리 없다. 충북뿐만 아니라 대전도 비슷했다. 무급가족 종사자는 15.2%, 1인 운영자영업자도 9.7%가 각각 증가했다. 온 가족이 점포에 매달리거나 아니면 가장이 혼자 점포를 전담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인건비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률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고용상황은 호전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 더 악화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실업률은 2010년 8.3%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2017년에는 5.8%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한국은 2010년 이후 뒷걸음치면서 최근 4년째 10%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해진 것이다. 물론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정착시키기 위해 3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IMF는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서민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적어도 서민들에겐 그렇다. 19일자 중부매일이 보도한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도 최저인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오제세 의원(민주당·청주서원)은 "서민들이 살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종배 의원(자유한국당·충주)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기가 더 어려워질까, 일자리가 줄어들까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이게 밑바닥 민심이다. 우리나라 경제생산성과 물가상승률은 도외시하고 최저임금만 올린다고 좋아할 국민들은 많지 않다. 돈 한 푼 받지 못하는 가족종사자가 많이 늘었다면 고용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허상(虛像)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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