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천 화재참사가 발생한 노블 휘트니스 스파 전경 /중부매일DB

작년 연말이후 한 달 간격으로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는 우리사회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과 대형화재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큼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판박이처럼 지적된 불법 증개축, 부실한 소방점검과 소방시설관리, 당국의 뒷북행정, 미비한 소방법등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안전대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변한 것은 없다. 다중이용시설은 여전히 소방시설이 취약해 오히려 더 큰 대형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행운이라고 할 정도다.

최근 소방당국이 발표한 다중이용시설의 세 곳 중 한 곳 꼴로 문제점이 적발됐다는 소방안점점검 결과는 대형화재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충북 소방본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9일까지 3주간 도내 요양병원, 노인의료복지시설, 전통시장, 대형마트, 영화관, 터미널 등 283개소를 특별 소방 점검한 그 결과 35%인 99개소가 무더기로 불량 판정을 받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제천과 밀양 두 곳의 화재에서 7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해 우리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만 개선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 희생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오는 6월 30일까지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해야 하는 도내 40개 요양병원 중 아직 시설을 미설치한 곳은 9곳으로 조사 됐다. 뿐만 아니라 유도등 미점등, 화재감지기 오작동 등 소방시설 작동 불량이 92건에 달했다. 소방안전설비가 형식적으로 갖춰진 것이다. 또 이번 점검과정에서 건축법 위반소지가 있는 건축물이 발견된 시설이 16곳에 달했다.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효성병원에서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건축법 위반은 이제 관행적인 악습이 된 듯 하다.

이낙연 총리는 대형 참사가 연이어 터지자 "안전관리가 취약한 전국 29만 곳에 안전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라는 비판도 들었지만 안전진단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전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미비한 소방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실례로 비상문을 창고처럼 쓰거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작 긴급 사태 때는 이 같은 시설이 있으나 마나다.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면 수익보다는 이용객의 안전을 중시해야 한다. 이런 인식을 갖지 못하는 시설주에게는 과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소방시설법이 디테일하게 보완돼야 한다. 백 명이상 수용된 시설에서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비상경보기는 당연히 설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노인과 환자가 많은 의료복지시설과 요양병원에서 이 같은 시설을 갖추지 못한다면 대형 참사는 불가피하다. 제천·밀양 참사는 반면교사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과 탁상행정, 안전 불감증에 대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대형 참사는 언제든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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