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족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8.01.27. / 뉴시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는 무려 29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국민들의 뇌리에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더 큰 비극이 발생했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의 요양병원 화재로 35명이 사망했다. 지난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이후 정부는 조직까지 개편해 대형안전사고 방지와 위기관리에 대응한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사이에 정권이 교체됐지만 오히려 대형 참사는 더욱 빈번해졌다. 참담하고 안타까운 비극을 겪었으면 만성화된 안전불감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위해 후속조치에 나서고 미흡한 법령을 재정비해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빠른 속도로 잊혀 진다. '부실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런 정부에서는 초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요양병원의 응급실에서 시작된 이번 화재의 근본원인은 수사를 해봐야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화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다만 병원 측이 평소 어떻게 시설을 관리하고 화재이후에 어떻게 대처했느냐가 중요하다. 요양병원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입원해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피하기 어렵다. 지난 2014년 5월 전남 장성군의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1명이 숨진것은 이때문이다. 당시에도 인명피해가 커진 것은 자력대피가 어려운 고령 환자들이 입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등 의무적인 소방시설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수시 안전점검과 안전시설관리자의 훈련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확대된다.

세월호 참사이후 정부는 안전한국을 만든다는 기치를 걸고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 기능과 소방방재청의 방재기능을 '안전정책실'과 '재난관리실을' 신설해 담당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30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재난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 육상과 해상 등의 현장대응 기능을 보강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구호를 외치고 정부조직을 바꾼다고 재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천스포츠센터와 밀양 요양병원은 모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지만 초등대응은 실패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안전관리 투자를 게을리 하는 사업주의 그릇된 인식과 정부와 지자체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인재(人災)를 키웠다.

이번 사태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제천 화재참사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사회가 안전의식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는지 알려준 고통스런 징후다. 하지만 정부대책은 형식적이었고 우리사회 안전불감증은 오히려 심화, 확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천화재참사 당시 희생자 분향소에서 일일이 조의를 표하며 눈물을 보였다. 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유족들 앞에서 무릎 꿇고 위로했다. 대통령과 유력정치인들의 참사현장 방문은 유족들에게 큰 위안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귀한 시간을 쪼개서 참사현장을 방문했으면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각오를 새기고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또 우리사회의 재난방지를 위한 체질개선 방안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사는 예고없이 불시에 발생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