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리·막지리 주민들 고립생활에 얼음깨며 하루일과 시작

계속되는 한파로 충북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 앞 대청호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 27일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선착장으로 조심스럽게 배가 진입하고 있다. 10여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이 배가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 영하 15도를 밑도는 초강력 한파가 엿새째 이어지면서 대청호 연안의 주민들은 나흘째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높은 산과 호수 사이에 끼어 바깥세상과 연결하는 육로가 따로 없어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군북면 막지리 주민들은 요즘 마을 앞 호수의 얼음을 깨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선착장이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착장이 기능을 못하면 10여가구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심할 경우 한 달 넘게 고립되기도 한다.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2014년 '호버크래프트'라고 불리는 공기부양정을 받았지만 얼음이 깨지면 칼날처럼 변해 선체 하부가 손상을 입기 쉽기 때문에 선박 운항도 자유롭지 않다.

이 마을 공기부양정은 지난해 선체 하부의 고무밴드가 훼손돼 930만원을 들여 큰 수리를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얼음이 두꺼워질 때까지 불편하더라도 5t짜리 철선을 이용해야 한다.

배 운전을 맡는 이수길(76)씨는 "호수 가장자리가 먼저 얼기 때문에 선착장 이동반경만 확보하면 웬만한 추위에는 철선을 띄울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 얼음이 점차 두꺼워지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 마을은 뱃길이 완전히 막힌 뒤 공기부양정을 이용할 계획이다.

옥천읍 오대리는 지난 25일부터 뱃길이 막혀 10여가구 주민들은 나흘째 고립생활을 하고 있다.

폭이 좁고 얕은 호수의 절반 이상이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철선 운행도 어렵다.

이 마을도 3년 전 공기부양정 1을이 배치받았으나 작년 여름 고장을 일으켜 정비업체에 맡겨진 뒤 아직 출고되지 않고 있다.

권병학(71) 이장은 "정비업체를 독촉하지만, 일러야 다음달 초나 출고가 가능할 것 같다"며 "이때까지는 마을에 갇혀 지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먹고 입는 것은 그럭저럭 해결하더라도 환자가 생길까 걱정"이라며 "이웃끼리 안부를 살피며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옥천군도 정비업체 측에 공기부양정 출고를 독촉하고 있다. 또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막지리에 배치된 공기부양정을 투입해 환자수송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오대리의 경우 호수 가장자리 얼음 두께가 10㎝에 육박해 뱃길이 완전히 막힌 상황"이라며 "마을 이장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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