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작은 일에도 발끈하여 화를 내거나 타인의 실수나 잘못을 낱낱이 들추어 지적하고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능히 덮어주거나 넉넉히 감싸 줄 수 있음에도 말이다. 물론 만사를 이래도 흥 저래도 흥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사사건건 허물을 지적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을 가까이하고 좋아할까? 아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장왕에 관한 일화다. 어느 날 많은 신하들을 불러 모아 술을 마시면서 "오늘 밤은 무례함도 용서하마, 마음껏 마셔라"고 말해 한참 흥청망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어디에서 바람이 불어 방안의 촛불이 모두 꺼져버렸다. 마침 이 틈을 노려 왕의 애첩에게 희롱을 건 장수가 있었다. 애첩은 그 남자의 갓끈을 잡아 뜯은 후 장왕에게 고했다. "갓에 끈이 없는 사람이 범인입니다. 빨리 등불을 켜서 잡아 주십시오." 그러자 장왕은 그 애첩을 제지하고 소리 높여 고함을 질렀다. "내가 술을 권해 일어난 일이니, 여자의 정조를 위해 부하를 욕보일 순 없다. 오늘밤은 무례를 범해도 상관없다. 모두 갓끈을 떼어내라." 불이 켜지자 신하 중 누구 한 사람 갓끈을 달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후 몇 년 뒤 장왕은 진(晉)이라는 강국과 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항상 선봉에 서서 용감무쌍하게 싸우는 장수가 있었다. 초나라는 그의 활약으로 결국 진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싸움이 끝난 후 장왕은 그를 불렀다. "자네 같은 용사가 있다는 걸 몰랐다니 내 부덕의 소치네. 목숨을 내놓고 싸우다니 무슨 연유라도 있는 건가?" "저는 한 번 죽은 몸입니다. 술에 취해 무례를 저질렀을 때, 폐하의 덕으로 목숨을 연명하였기에 이 목숨을 바쳐 그 은덕에 보은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날 밤에 갓끈이 떨어진 것은 바로 저이옵니다." 장왕은 부하의 잘못을 너그럽게 감싸 덮어준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이다. 작은 일에 일일이 화를 내면 부하의 감복을 얻을 수 없다. 타인의 잘못과 허물을 덮어줄 줄 아는 넓은 도량이 필요한 이유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춘추시대 진(秦)나라의 군주였던 목공(穆公)은 그의 애마(愛馬)를 잃어버린 일이 있었다. 당시 기산 기슭의 주민들은 그 말이 목공의 애마라는 사실도 모르고 잡아먹었다. 관리들의 수색으로 이 사실이 드러났고 말을 잡아먹었던 삼백여 명은 중형을 받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목공은 이렇게 말한다. "군자가 어찌 축생(畜生)으로 인하여 인간을 죽이겠는가. 말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독이 몸에 밴다고 하는데 그래서야 쓰겠는가?" 목공은 그들의 죄를 용서해 준데다 술까지 먹여 석방했다. 얼마 후 진(晉)나라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목공은 전투에 친히 참가했다가 적군에 사로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 때 결사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들어와 목공을 구하는 사나이들이 기산 기슭 주민들이었다. 남의 허물을 덮어주고 감동시키면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고 목숨까지 건진다. 포용력이 있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나, 늘 무섭고 엄한 사람은 항상 많은 사람의 분노를 사게 마련이다. 머리가 똑똑한 사람도 필요하지만, 아량이 크고 넓은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자. 사람은 근본적으로 비위를 거스르면 흩어지고 반감을 갖기 마련이나, 포용하면 따르기 마련임을 명심하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