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8주년 탐사기획 일자리 리포트]
최저임금시행 현장에선...

새해 최저임금이 시급 7천530원으로 16.4% 인상되면서 인력 감축이나 근무시간 단축, 제품가격인상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 인상폭을 적용하지 않는 사업장도 있다. 사진은 청주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일하고 있는 모습. / 안성수

[중부매일 김미정·안성수 기자] 새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급 7천530원으로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근로자들은 지갑이 두툼해질 것에 기대감을 갖고 있고, 정부나 노동계는 소비 확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 고용증대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반면, 영세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당장 인건비 부담이 커져 인력감축, 제품가격 인상 등으로 경제적 부담을 분산시키고 있다. 고용불안에 실업자 양산도 우려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계와 중소기업계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자영업계

"불경기라 매출도 안 느는데 인건비만 오르면 우리같은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서 24시간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김영미(가명) 사장은 새해벽두부터 종업원 인건비가 걱정이다. 주방 2명, 서빙 2명의 월급을 인상된 최저임금에 맞춰주면 기존의 월 680여만원에서 760여만원으로 80여만원이 오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종업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정보를 다 알고 은근슬쩍 월급인상을 얘기하는데 안 올려줄 수가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임대료, 전기·수도·관리비, 부가세 등 고정지출을 줄일 순 없고, 물가인상에 재료비도 줄이기 힘들다"면서 "결국 식당이 살아남으려면 종업원을 줄이거나 음식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손님이 줄어들까 또 걱정"이라고 이중고를 호소했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작은 떡볶이집은 새해부터 음식가격을 1천~2천원씩 올렸다. 종업원을 줄이는 대신, 가격인상을 선택한 것이다.

계산대 앞에는 "지난 1일부터 최저임금 및 물가인상으로 부득이 일부 금액을 인상했다"는 안내판이 올려져있다. 이 떡볶이집은 사장과 종업원 2명이 일한다. 종업원들은 한달에 145만원을 받아왔는데 새해부터 시급 7천530원을 적용해 169만원을 받게 된다.

박지혜(가명) 사장은 "우리같은 소규모 영세상인들은 기업처럼 수입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인건비가 조금만 올라도 민감하다"면서 "가격인상으로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해고나 근무시간 단축 등의 풍경도 도출되고 있다. 청주대 정문 앞의 한 PC방은 이달 아르바이트생 1명을 해고했다. 낮 2명, 야간 1명이 12시간씩 일했었지만 새해부터 낮 1명, 야간 1명으로 줄였다.

이 PC방 알바생 정모(21)씨는 임금인상에 기쁘면서도 같이 일하던 친구가 그만두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 2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해야 하니 일거리는 두배가 되어 피로감이 크다.

정씨는 "최저임금 인상은 알바생들의 최대 관심사로, 너무 좋은 일"이라며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서 1만원을 받는다면 월급 받는 기쁨에 일을 더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좋아했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아직 적용하지 않는 곳도 목격됐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2·여) 학생은 아직까지도 지난해 시급 6천470원을 받고 일한다. 평일 10시간씩 근무해 한달에 129만원을 손에 쥐는데 16.4% 인상폭을 적용하면 150만원으로 21만원이나 오른다. 편의점주가 임금인상에 대해 언급을 않고 있어 답답한 마음에 기다리고만 있다.

김 학생은 "다음달에 얘기하자고 말만 하고 월급얘기가 없다"면서 "최저임금 때문에 편의점마다 알바생을 줄인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나도 그렇게 될까봐 따지지도 못하고 있다"며 속앓이를 했다.

최저임금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클립아트코리아

◆중소기업계

"직원이 50명인데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을 때 실질적 계산을 해보니 연간 3억원입니다."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금형제조업체 ㈜넥스젬 이광규 대표이사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3억원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에게는 최저임금 '최대' 인상폭이 '최악의'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기업에서는 4대 보험금, 퇴직금, 각종 세금까지 줄줄이 올라 고정비가 23% 인상되는 셈"이라며 "생존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입장에서 고정비 20% 이상 인상은 고용확대가 아니라 고용축소로 갈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의 현실을 드러냈다.

이어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에는 기본급·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산입되고, 기업이 실제 지급하는 임금 중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건비 부담 경감을 위해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도 '그림의 떡'이다. 지원대상이 30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리더로서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신경이 쓰인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기대치가 있을텐데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때는 의욕상실로 나타나고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누구는 월급이 16% 오르고 누구는 5% 올랐다고 하면 직원들간 이질감·상실감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충북 보은의 화장품용기 제조업체에 다니는 양모(33·여)씨는 새해 월급이 136만원에서 158만원으로 22만원이 오른다. 이 회사는 전 직원 62명 중 47명이 시급근로자로 매년 최저임금에 50원씩을 더 보태 월급을 인상해왔다. 양씨는 "다음달 10일이 월급날인데 전 직원이 다 월급이 올라 회사분위기가 좋다"며 "자격증, 여행 등 자기계발에 더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시 옥산면에서 금형 제조 및 전기부품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화인텍코리아를 운영하는 윤재기 대표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여건을 걱정했다. 그는 중소기업융합충북연합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윤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을 떠안아야 할 대상이 중소기업인데, 중소기업들은 월급을 '안 주려는' 게 아니라 '못주는' 상황"이라며 "인력을 더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구인난에 이어, 이제는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채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표는 "고용을 늘리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줄이면 된다"며 "중소기업의 역량을 먼저 키워야 하는데 일단 강제적으로 최저임금부터 올리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건비 부담이라는 숙제를 안게 된 지역 중소기업들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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