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하소동 스포츠센터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깊이 사과하고 유족 지원 대책 등을 밝히고 있다. 2018.01.15. / 뉴시스

새해 들어 이시종 지사의 공개사과가 잦아지고 있다. 이 지사는 어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 "소방 행정과 도정의 책임자로서 참담한 사고를 당한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제천시민, 도민, 국민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엔 도민 소통 특보 신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 지사가 인사(人事)와 관련한 공개사과는 취임이후 8년 만에 처음이었다. 공개사과에 인색한 이 지사가 한 달 새 두 번씩 공개사과를 한 것에 대해 도정 책임자로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사전에 악재(惡材)를 털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지사의 사과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도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도민여론에 반하는 인사(人事)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의 재난대비는 도정에 불신만 초래한다.

이 지사는 이날 민선 6기 들어 여섯 번째 사과를 했다. 그는 이날 제천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소방공무원들의 지휘 책임과 대응 부실, 상황 관리 소홀이 밝혀진 데 대해 깊이 반성 한다"며 "항구적인 소방안전대책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과 부상자를 위해 구호비 및 장제비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생업 단절 유가족 생계지원, 유가족 돕기 성금 모금, 재난 심리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인재(人災)로 결론 난 이번 제천화재 참사를 굳이 도지사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소방당국의 초등대응 실패와 국회에 계류중인 소방법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정치권,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안전의식 부재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낸 참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정 책임자로서 이번 참사에 대해 깊이 반성하겠다는 이 지사의 말을 의심할 도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약속대로 항구적인 재난안전대책 정비할 수 있도록 역량을 보이지 못한다면 일회성 사과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 지사는 도민 소통 특보 신설과 관련해서도 여론이 악화되자 "막상 특보 내정자를 발표한 뒤 선거용 코드인사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도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도민여론에 눈을 감고 귀를 막는 도정은 결국 공개사과로 이어졌다.

도지사가 도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정치공세에도 버티는 것은 자존심 문제를 떠나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달 들어 두 차례 공개사과를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과가 경쟁후보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이 지사의 8년 도정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는 도민들이 많다. 업적은 보이지 않고 실정(失政)만 두드러져 보인다. 공개사과도 되풀이하면 식상(食傷)하다. 이제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동안 도정공백이 없도록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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