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 중부매일 DB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구태의연한 행태가 '망령(亡靈)'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에 보도된 기관장 급 간부공무원의 줄서기 식 발언은 낮 뜨거울 정도다. 중부매일 보도에 따르면 충북도내 모 교육지원청 박모(某) 교육장이 초·중학교장 등이 참석한 업무회의에서 김병우 교육감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교육자들에게 김 교육감과 코드가 다르면 그만두라고 윽박지른 것이다. 이런 식의 발언이 공식석상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교육장직에 올랐다면 수십 년간 교육계에 몸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현직 교육감에 대해 편향적인 발언을 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 지지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는 올바른 교육철학과 교육자로서 균형감각을 가졌다면 도저히 할 말이 아니다.

박 교육장은 자신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혹시 오해할 수도 있어 발언 말미에 (참석자들에게) 양해도 구했다"고 해명했지만 오해의 수준을 한참 넘었다. 그는 지난 8일 교육청 회의실에서 열린 주요업무보고회의에서 초·중 학교장·교감, 교무·연구부장 교사 등 50여 명에게 "김 교육감과 철학이 맞지 않으면 당장 그만 두세요"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어느 한 교장이 '김 교육감과 내 교육철학은 맞지 않는다'고 자주 말하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도민이 뽑아 준 교육감과 (정치적)코드가 다르고, (교육적)철학이 다르면 교장 직을 그만 둬야 죠"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교육자의 양식을 의심 케하는 발언이다. 그의 말대로 현직 교육감과 코드와 철학이 안 맞아 그만둬야 한다면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교육자들이 교육현장을 떠나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교장공모에 반대하는 사람도 그만둬야 한다"며 "진정한 '동행(同行)'은 교육감과 지향점이 같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든 교육자들이 동일한 교육적 가치관을 추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런 발언이 업무보고회의에서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교육자들이 불쾌하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모 교장의 말대로 교장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교육감도, 교육장도 아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교육장이 '교육감과 코드가 다르면' 교단을 떠나라고 말한 것은 지방선거에 대비해 말을 안 들으면 인사권을 휘두르겠다고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 때만 되면 공무원들까지 나서서 편 가르기와 줄서기가 횡행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자치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교육계 간부들부터 엄정중립을 지키고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엄격히 자제해야 한다. 박 교육장이 '김 교육감의 선거운동원이냐'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차후에도 교육자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