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지난해 11월 10일 이승훈 전 청주시장이 청주시청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신동빈

'인사가 만사다.' 똑같은 여건에서 열심히 살았다고 하더라도 옆에 어떤 사람이 있었느냐,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냈느냐, 누가 도와주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 운명이 달라진다. 즉 자신의 노력만으로 절대로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니 '작은 일도 하기 어렵다'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똑같은 업무·사업 추진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지기도 한다. 중요한 순간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거나, 희생해 주는 사람도 있다.

청주시는 지난 해 11월 9일 이승훈 시장이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확정 판결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 받아 안타깝게 청주시장직을 떠났다. 정치자금법상 선출직 공무원이 회계보고 누락 등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후 시장권한 대행체제가 출범하면서 이범석(부시장) 권한대행은 청주시정을 비교적 순탄하게 이끌어 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시장의 공백으로 인해 '좌불안석'였지만 이 권한대행체제가 안착되면서 공직사회도 안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4급 서기관 승진인사를 시작해 지난 1월 10일 6팀 팀장급 전보인사를 마무리 한 상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정기인사 시작부터 일부 고위간부의 '꼼수 명퇴', '고위간부 줄세우기 논란', '7급 출신 주요 보직 독점' 등에 대한 불만과 비난 여론도 일었다. 시 인사 관계자는 직급별 승진요인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공로연수와 명예퇴직 희망자를 조사하고 일일히 당사자를 찾아 다니며, 명퇴를 읍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무관·서기관 등 고위공직자들 모두가 공로연수와 명예퇴직을 하지 않아 속을 태웠다. 결국 여성 사무관 2명만 명퇴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서기관·사무관급 이상에 대한 승진자가 적어 수십년간 봉직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으며, 인사적체를 우려한 불만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공무원 A씨는 "현재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승진 전에는 '선배들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 인사적체가 심해진다'며 불평과 불만을 토로한 장본인들이다"라며 "그동안 후배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선배 공무원들이 아름답게 자리를 비켜주던 풍토가 이들로 인해 사라질 것 같아 공직사회의 불만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귀띔했다. 상반기 정기인사가 마무리됐다. 어느 조직이나 항상 인사가 끝나면 '시시비비'로 구설이 끈이질 않는다. '인사는 잘해야 본전이다'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서로 이간질하고 싸움으로 나라망하는 줄 몰랐던 것이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이다. 조선의 왕들은 이런 망국적 쌈질을 종식시키기 위해 사용한 정책이 바로 '탕평책(蕩平策)'이었다. '탕평인사'란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명정대하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시정운영과 정책 실천을 위한 최대효과를 발휘 할 수 있는 인재발탁을 의미한다. '적재적소의 인사배치'야 말로 '인사가 만사다'라는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앞으로 시 인사는 흔히 말하는 요직부서가 아닌 시정과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 성과를 가져오는 부서에서의 인사요인이 많이 나올때 진정한 소통과 시의 행정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3천400여 공직자들이 이번엔 내가 인사요인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현 부서에서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다면 나에게도 승진과 발탁의 기회가 오리라는 '꿈과 열정'을 심어줄 수 있을때 청주시의 앞날은 경쟁력 있는 지자체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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