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1월 충북도의회 새누리당 소속의원들이 MRO 특위를 구성해 청주 에어로폴리스지구 매각과 지구지정 해제 등 전면 재검토를 권고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당시 모습 / 중부매일 DB

연초부터 항공정비산업(MRO) 때문에 충북도와 경남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남 사천 소재 항공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정부 지원 항공정비산업(MRO) 사업자로 선정했다. 지난 4월 항공국가산업단지 승인에 이어 MRO 사업자와 산업단지까지 유치해 사천은 항공기 산업 양대 축인 제조·정비산업 집적 기반이 마련됐다. 경남 사천이 글로벌 항공산업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닦은 것이다. 반면 충북도는 감사원으로부터 청주공항 MRO 단지조성 사업과 관련해 기관 주의요구를 받았다. 충북도가 청주공항 MRO 단지조성을 하면서 사업타당성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 83억 원의 혈세가 장기간 사장(死藏)됐기 때문이다. 전시행정에 매몰된 충북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글로벌 MRO시장은 2015년 1162조원에서 2025년 1699조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동북아시장 성장율도 연평균 5.4%로 예상되는등 고속성장이 기대된다. MRO단지가 가동되면 국내생산 유발 5조4000억원,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1조4000억원에 이르고 2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충북은 물론, 경남과 인천도 MRO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이 과정에서 충북도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을 통해 청주공항 인접부지(15만3천86㎡)에 항공정비산업 입주를 염두에 둔 MRO단지 조성공사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은 경남 사천이었다. 경남도는 사업유치를 위해 3년간, 국토해양부, 한국공항공사, 국회등을 200여 차례 방문하고 저비용항공사와 협약을 맺는 등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충북도는 MRO사업 핵심기반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투자유치에 실패하자 사업을 진행할 여건도, 능력도 안되는 아시아나항공에 매달렸다. 그 와중에 2015년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이 사업추진 연기 요청에도 불구하고 충북도는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했으며 이듬해 아시아나의 사업포기 통보를 받고 나서 공사를 중단했다. 결국 충북도 MRO사업은 행정력과 시간은 물론 혈세만 낭비한채 이무런 소득도 없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물론 MRO사업 유치 실패를 충북도만 전적으로 탓할 수는 없다. 정부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있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뒷받침도 부족했으며 경남 사천에 비해 청주의 여건이 미흡한 점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부와 아시아나항공이 충북도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냈을 때 과감하게 접었어야 했다. 이를 무시하고 부지를 조성하다가 귀중한 혈세만 묶였다. 충북도는 항공관련산업이 입주하면 부지조성비를 회수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으나 그동안 대형현안사업이 대부분 중도에 무산된 것을 감안하면 신뢰할 수 없다. 심지어 충북도가 그토록 원했던 청주공항 기반의 저가항공사 에어로K의 면허신청도 반려됐다. 충북도는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마다 '100년 먹거리사업'이라며 요란스럽게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성사된 게 없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8년간 재임했지만 내세울만한 치적도 없다. 도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실망은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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