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회관에서 교장공모제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2.27 / 연합뉴스

교육부는 최근 초·중등 '교장공모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교장자격증 미소지자가 응모할 수 있는 학교 비율 제한을 폐지한 것이다. 이제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현행 '교육 공무원 임용령'에서는 자율학교 및 자율형 공립고에서 실시되는 내부형 공모학교 중 교장자격증 미소지자가 지원 가능한 학교를 신청 학교의 15%로 제한했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100%로 확대했다. 이 같은 개선방안은 내년 9월 공모교장 임용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보수적인 교육계의 인사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교장공모제의 입법취지를 제대로 살릴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충북도내 교육계는 지난 6월 10개 학교 교장공모 시행을 앞두고 충북교원단체연합회(교총)와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공정한 인사를 촉구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내사람 챙기기'식 코드·보은 인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물론 교장공모제 확대는 나름 의미가 있다. 예전보다 유형과 절차가 보완되기도 했다. 교장자격증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한 '초빙형'과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 공모에 참여하는 '내부형'으로 유형을 명확히 했다. 또 공모교장 심사에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고르게 반영되고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제도개선도 좋지만 취지에 맞는 운영도 중요하다. 교장 자격증 소지 여부나 연공서열보다 능력중심의 인재를 발탁하겠다는 좋은 취지는 살려야 한다. 사명감이 투철하고 유능한 인물을 교장으로 발탁해 매너리즘에 빠진 교육현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평교사도 법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교장이나 장학관에 발탁해야 교육개혁도 원활하게 추진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도 악용된다면 취지가 퇴색된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흔하다. 올 상반기 교장공모제를 실시한 청주 모 고교의 경우 공정성 논란으로 도교육청이 공모시행을 연기하자 충북교총이 특정교원단체에게 인사특혜를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반발해 결국 이념논쟁으로 확산됐다. 또 지난 4월엔 교감연수 대상자에 최하위 성적을 받은 교사가 포함돼 논란이 됐다. 인재발탁이 아니라 '정실(情實)인사' 라는 의혹을 받는다면 교직사회는 분열되고 인사권은 신뢰성을 잃게 된다.

평교사가 교장으로 승진하는 길은 쉽지 않다. 짧게 잡아야 20년이상 걸리고 그 과정에서 장학사 전문직전형시험 합격과 교장연수를 거쳐야 한다. 교사가 이 같은 스펙에 철저한 자기관리와 원만한 처신이 뒷받침돼도 승진이 힘들다. 하물며 코드·보은 인사에 막혀 승진대상에서 누락된다면 교사로서의 사명감도, 의욕도 사라질 것이다. 제도가 개선된다고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것은 아니다. 문제는 교육감이 어떻게 취지를 살리느냐는 것이다. '교장공모제' 확대를 잘만 활용하면 교육현장을 혁신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전교조 출신에게 혜택을 주기위한 것이라면 얘긴 다르다. 교장공모제 확대에 기대감이 높은 만큼 우려의 시각도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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