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 뉴시스

심야텔리비전의 왕(King of late night TV), 토크쇼의 개척자. 미국 NBC방송의 인기프로그램 '투나잇쇼'를 30년 이상 진행한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자니카슨의 별명이다. 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자니카슨의 쇼는 최고 5천만 명이 시청한 인기프로그램이었다. 존 레논, 무하마드 알리, 리처드 닉슨, 바브라 스트라이젠드등 수천명의 저명인사를 쇼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고 떠오르는 스타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자니카슨 쇼는 출연 자체가 인기의 '보증수표'였다. 그 투나잇쇼에 가장 많이 초대받은 한국인 코미디언이 있다. 충북 음성 금왕 출신 윤종승(尹宗承). 미국에선 자니윤(82)으로 통했다. 자니윤은 '조니 카슨 쇼'의 단골손님이었다. 자니윤은 2013년 KBS 토크쇼에 출연해 "자니카슨의 제의로 동양인 최초 뿐아니라 총 34번의 출연 기록을 세웠다"며 "1970년 후반 당시 1회당 받았던 출연료가 한국 돈으로 약 2천800만원(2만 5천불)이이었다"고 말했다. 1982년에는 영화 'They call me Bruce' 에 출연해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톱클라스 코미디언으로 떠오른 것이다.

1962년 해군 유학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자니윤이 미국에서 인정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초 서울대 음대를 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부친의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미해군사관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뒤 미국 웨슬리안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뉴욕의 리 스트라스버그 액터스 스쿨에서 연기, 모던 재즈 무용학교에서 춤과 모던 재즈를 공부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다. 가수와 코미디언으로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다. 그의 성공은 꾸미지 않은 소박함과 순도 100%의 노력도 한몫했다.

영어를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않았고 파티에서는 양복대신 한복을 입고 나갔다고 한다. 무엇보다 5분짜리 스탠딩코미디를 선보이기 위해 무려 3개월 동안 공부하고 연습했다. 남을 웃길 수 있는 자신감이 없으면 무대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80년대 중반 귀국해 '자니윤쇼'에 발탁돼 느끼한 버터발음과 '섹드립'이라는 야한 애드립으로 화제를 모으며 한때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잇따른 방송제재로 토크쇼가 막을 내린 뒤 미국으로 떠났다. 국내 TV에서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에 자니윤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해서 떠났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성적인 유머나 정치를 소재로한 이야기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선 제작진들이 시말서를 써야할 만큼 심의가 엄격했다는 것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근혜 정부 초창기엔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그때가 70대 후반이었다. 국회에서 설훈 교문위원장이 나이를 지적하자 "제가 위원장님을 상대로 옆차기 돌려차기 다할 수 있다. 지난 30년동안 단 하루도 안빼먹고 운동을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 최근 뇌출혈로 두 차례 쓰러진 뒤 로스앤젤레스의 한 요양병원에서 찾는 이도 없이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재산도 없어 병원비도 사회보장연금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실어증'을 걸린 것 같다는 지인의 말이 안타깝다. 화려한 입담으로 한 시대의 풍미했던 코미디언에게 실어증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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