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립아트 코리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올 연말까지 1천450조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우리나라 2016년 GDP의 90%를 넘는 규모다. 대부분 국민들은 천문학적인 가계 부채규모를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빚에 허덕이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초년생들인 청년들의 빚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는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최근 인터넷은행 등에 대출이 몰린데다 20~40대가 특히 많은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거액의 대출을 짊어지고 시작하는 사회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대다수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7천22만원이다. 1년 전 조사 때의 6천719만원보다 4.5% 늘어났다. 7천22만원 중 금융부채가 4천998만원, 임대보증금이 2천24만원이다. 특히 40대 가장의 평균 부채가 8천53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8천524만원, 30대 6천872만원, 60세 이상 5천165만원이다.

주목되는 것은 작년 대비 증가율은 30세 미만이 41.9%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30대 이상은 집 구입 또는 전세를 얻거나 자영업 창업 과정에서 빚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0대~20대 가구의 빚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사에선 1천681만원이었지만 올해는 2천385만원이다. 이들은 금융부채나 원리금 상환액을 처분가능소득과 비교한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도 작년에 비해 부쩍 나빠졌다.

물론 청년부채의 원인은 다양하다. '청년실신시대'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으나 취업을 못해 실업자가 되는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취업준비과정에서 돈이 필요해 빚을 지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능력도 없는데 대출받는 경우도 있다.

청년부채 증가는 '빚 권하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거의 '융단폭격'식으로 등장하는 제2금융권의 TV 광고를 보면 누구나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예 대부업체가 청년들의 고민을 간단히 해소하고 돈을 빌리는 주부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듯한 왜곡된 메세지를 담은 광고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이 이런 광고에 익숙해지면 당연히 돈을 우습게 알지도 모른다. 살인적인 고금리의 폐해는 철저히 감춰져 있다. 이를 방치하는 것을 보면 금융당국도 소비자편은 아니다. 시급 7~8천원 받는 알바생이 천만원이 넘는 대출을 받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청년신용불량자가 증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청년당 평균 부채가 2천만 원을 웃돌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고 간신히 직장을 잡았어도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저출산이 당연한 이유다. 청년들이 희망이 없다면 나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청년부채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