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둔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어수봉 최임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 직무대행은 이날 '최저임금 1만원, 시급하다' 각계각층 2090인 선언 서명부를 전달했다. 2017.07.12.

7천530원. 내년 1월1일부터 인상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이다. 올해 최저 시급인 6천470원보다 16.4% 오른 금액이며, 2000년 9월∼2001년 8월(16.6% 인상) 이후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대기업 근로자나 금융기업·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겐 큰 돈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저임금에 신음하는 근로자는 물론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지갑은 더욱 두툼해질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노동권도 존중되고 가계소득도 증가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다. 소비회복과 분배구조 개선이라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제 인상을 추진했을 때는 이런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늘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인들에겐 인건비 상승으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려 경기를 위축시킬 있다는 우려감도 증폭되고 있다.

물론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20일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1월 2일부터 일자리 안정기금의 신청·접수를 시작해 2월 1일부터 지급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원 대상은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다. 예외적으로 공동주택 경비·청소원에 한해서는 30인 이상 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사업주는 신청일 이전 1개월 이상 고용이 유지된 월 보수액 190만 원 미만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일자리 안정기금 지원금액은 노동자 1인당 월 13만 원이다. 결국 정부가 이들 사업주들의 인건비 부담을 세금으로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명암(明暗)이 뚜렷하다. 일단 공공부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유리해 질 수 있다. 근로자 급여인상 효과로 세수가 늘어나고 사회보장료도 더 걷히게 된다. 연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근로자가 1천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박봉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활동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600만 명의 자영업자들과 300만 명의 중소기업인들에겐 심각한 현실이다. 전 재산을 투자하고 돈이 안된다면 사업을 접거나 사람을 덜 써야 한다. 당장 아파트단지마다 경비를 줄이고 있으며 중소기업도 신규 채용은 커 녕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실직을 하게 되면 사회적 비용부담이 확대되고 기업들의 담세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으로 3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혈세로 최저임금 차액을 보전해주려면 최저임금은 도대체 왜 올리느냐는 비판도 만만치않다. 또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면 재정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분배구조'를 개선하면 양극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파장을 감안한다면 신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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