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Pixabay

결혼을 미끼로 돈을 뜯어낸 '로맨스 스캠'이 (Romance Scam)인터넷에서 화제다. 로맨스에 스캠을 합성한 단어인 로맨스 스캠은 말 그대로 로맨스를 빙자한 사기행위이다. 과거에는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접근해 왔는데 최근엔 국내 모바일 메신저인 '카톡'을 이용하는 등 수법이 더 교묘해졌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외국인 일당은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를 사칭한 총책의 지시로 국내 젊은층 보다는 SNS 채팅이 익숙치 않은 50대 중장년층이나 이혼녀 등을 범행대상으로 정하고 접근했다. 미국과 독일국적의 이 사기혐의자들은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외로움을 타는 이혼녀에게 의도적으로 매일 아침마다 카카오스토리와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매일 안부를 묻고 일상 사진을 공유했다. 서로 관계가 진전됐다고 판단 한 이 총책은 "나는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이고 나도 아내와 헤어져 혼자 산다"고 털어놨고 둘의 관계는 결혼 얘기까지 나눌 정도로 급속히 발전했다.

어느정도 호감을 쌓았다고 판단한 총책은 "의료기기 사업을 진행 중인데 말레이시아에 20억 달러가량의 의료기기를 수출하던 중 세관 통과에 문제가 생겨 돈이 필요하다"며 총 7만1000달러(한화 약 7700만원)를 넘겨받아 가로채려했다. 특히 주범은 피해 여성에게 '와이프'라고 부르며 본국에서 일이 끝나면 한국으로 가겠다고 환심을 샀다. 이들은 일당 중 한 명이 체포 돼 수금을 못하자 또다른 일당을 피해 여성에게 보냈다. 일당은 총책의 지시대로 이태원서 피해여성을 만나 미화 4000달러(약 4300만원)를 전달받던 중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정형외과 의사가 아니라 자영업과 무역업, 운송업 종사자로 총책의 지시를 받아 돈을 찾는 '전달책'에 불과하다며 로맨스 스캠의 경계를 당부했다.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인터넷과 모바일,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발달 하면서 최근 외국에서 무작위로 국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로맨스 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어 피해를 당한 뒤에 깨닫는다. 그 때는 이미 후회해도 늦는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아무리 외로움 때문이라지만 얼굴 한 번 제대로 본적 없는 외국인에게 맹목적으로 빠져 돈을 보낸 이 피해 여성에게도 문제는 있다. 그는 돈을 추가로 요구하며 직원을 보낸다는 말과 자신을 찾아 온 화려하게 꾸민 일당의 용모에 미심쩍었다고 경찰에 털어놨지만 이미 상당수 돈은 건너갔다. 로맨스 스캠의 특징은 페북 대신 그 나라 카톡 메신저로 접근한다. 그만큼 친근감을 앞세운다.어느정도 교감 후 피해자가 호감을 느꼈다고 판단하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데이트 상대인 줄로 착각하지만 돈을 뜯기고 난 뒤엔 소용이 없다. 결혼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는 사기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인터넷과 모바일 SNS가 글로벌 지구촌을 더욱 가깝게 연결하고 있다. 익명의 외국인으로부터 또는 오랜만에 SNS를 통해 접근하는 사람을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연말 세태가 씁쓸할 뿐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