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전경 /중부매일DB

도시도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겪는다. 나라와 개인에게도 생로병사가 있듯이 도시도 마찬가지다. 잘나가는 도시도 외연(外延)이 확장되고 개발에 밀리면 낙후되는 곳이 생긴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삶의 질도 달라진다. 그래서 오랫동안 성장해왔던 도시일수록 지역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그래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은 도시발전을 위한 시급한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시쇠퇴에 대응해 5년간 전국 500개 지역에 총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약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주목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총 219건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중 68곳을 시범사업지로 의결했다. 충북은 4곳이 선정됐다. 청주 우암동과 운천·신봉동, 충주 지연동, 그리고 제천 영천동으로 노후건축물이 많거나 점차 슬럼화 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제대로 결실을 거두면 도시에 활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익집단에 휘둘리거나 근시안적인 이익을 추구하면 오히려 지역은 더욱 노후화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선정된 네 곳은 인구가 줄고 단독주택이 많으며 건물이 낡아 구도심 특유의 쇠락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동네별로 각각 다른 특징도 갖고 있다. 청주대가 위치하고 있는 청주 우암동은 '젊음을 공유하는 길, 경제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사업명이 말해주듯 청주 대표적인 번화가였던 '성안길'과 연결돼 중심시가형으로 조성된다. 총 456억 원을 투입해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청년창업을 지원하며 노후주택 정비사업도 추진된다.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흥덕사지 절터와 고인쇄박물관이 소재한 운천·신봉동은 역사·문화유산이 풍부한 반면 주민생활 환경은 열악해졌다. 이에 따라 167억 원의 예산을 들여 '기록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운천·신봉동'이는 사업명으로 동네를 리모델링한다. 철도공사 관사가 장기간 방치된 제천시 영천동은 '우리동네 살리기'프로젝트로 도시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바꾼다.

역사가 오랜 도시일수록 노후화는 필연적이다. 도시가 외곽으로 뻗어나가면서 원도심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주거환경이 낙후되고 상권은 위축된다. 이 대문에 도시의 생명을 유지하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사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방법이 최선은 아니다. 구(舊) 마산과 진해는 재건축·재개발과 해안매립을 통한 토시확장을 추구했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공장과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더욱 심각한 도시 노후화를 겪으면서 실패사례로 꼽힌다.

최근 청주시청 청사 철거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과거의 문화적인 유산을 적절히 보존하고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무엇보다 옛 연초제조창을 중심으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우암동처럼 혹시라도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보다 시민을 위한 뉴딜사업이 돼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청주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살리고 미래지향적인 설계로 '살고 싶은 도시'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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