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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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상살이도 만만한 게 없다. 세상의 이치를 꿰고 삶의 근본에 대한 깊은 성찰과 매사 신중해져야 하는 까닭이다. 삶에 대한 확신과 목적이 모호하고 흔들린다는 것은 인생을 통찰하는 지혜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나이 들어 하는 실패와 시행착오는 인생 경력에 치명적 흠집을 남기고, 뿌린 것을 거두고 차분하게 갈무리하는 시간을 불허한다. 근본을 깨치지 못한 채 사려 깊지 못한 생각과 행동으로 오십 중반을 넘긴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일상의 어리석음은 맹함으로 드러난다. 말(言)과 행(行)의 간극은 멀고 한 마음으로 한 마음을 품고 사는 우직함도 여리다. 잇속과 쾌락만을 차리는 데 바빠 제 본성을 잊고 사는 것이 다반사다. 사람으로서 해도 되는 일들과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의 분별을 모르고 산다. 일의 옳고 그름에 휘말리는 말다툼(是非)과 곤란한 일을 겪어 몹시 애를 쓰는(辛苦) 일들로 삶이 고단하다. 자신의 인생을 수렁에 빠트리고 남을 불편한 처지로 내몬다.

어리석은 사람은 단단한 마음의 부재로 무른 마음에 머물러 산다. 정민 교수는 "지혜로운 사람은 화복의 조짐을 미리 헤아려 눈앞의 희비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사람은 놓이는 상황에 매여 웃고 울고를 반복한다. 즐거움은 다 누리려 들면 안 된다. 반만 누려라. 괴로움으로 자신을 짓이기지도 마라. 상처가 깊다. 슬픔이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괴로움으로 변한다. 끝까지 가면 뒷감당이 안 된다. 슬퍼하되 비탄에 빠지지는 말고(哀而不悲), 즐거워도 도를 넘으면 안 된다(樂而不淫)."고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마음의 흐트러짐을 경계하지 못해 꼿꼿하고 올곧은 마음이 수시로 흔들린다.

제 허물을 부끄러워하고 근간을 돌아보며 영혼을 키우는 일상이 지혜로운 삶이다. 장석주 작가는 "큰사람이란 죽을 때까지 제 영혼을 돌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성장이란 바깥의 자양분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성장판이 닫힌 사람의 특징은 우매함, 아집, 독선, 거드름, 이기주의, 잘난 척 따위다. 허우대는 어른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속사람은 생각이 덜 자란 어린애다. 속이 덜 자란 어린애들은 남에게 자주 폐를 끼치고, 오로지 제 입에 들어가는 단것에만 집중한다."고 말한다.

삶은 사물의 이치나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현명하게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내는 힘에 의해 빛난다. 다산 정약용은 "내게 없는 물건을 바라보고 가리키며 '저것'이라 한다. 내게 있는 것은 깨달아 굽어보며 '이것'이라 한다. '이것'은 내가 내 몸에 이미 지닌 것이다. 하지만 보통 내가 지닌 것은 내 성에 차지 않는다. 사람의 뜻은 성에 찰 만한 것만 사모하는지라 건너다보며 가리켜 '저것'이라고만 한다. 이는 천하의 공통된 근심이다. 땀을 뻘뻘 흘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죽을 때까지 미혹을 못 떨치고 오로지 '저것'만을 바라본다."고 말한다. 어리석음은 본질을 파고드는 힘에 맥을 못 춘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인생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말하는 절제,침묵,규율,검약,근면,성실,정의,중용,청결,평온,순결,겸양의 도덕적 덕목들을 지켜내며 사는 여정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유익한 것을 실천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해로운 것을 추구한다. 살면서 기뻐하기만 하고 참뜻을 궁구하지 않거나, 따르기만 하고 실제로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어리석음을 벗어나기 어렵다. 인생을 두고 '너무 이르면 알 수 없고, 알고 나면 너무 늦다.'는 말의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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