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시스

일하고 싶어도 갈 곳에 없는 '청년 백수'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청년실업난 해소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으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고용동향은 청년들의 암울한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상승했다. 11월 기준으로는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 고용보조지표 역시 21.4%로 2015년 이후 동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정부가 공무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공시족(公試族)'이 늘고 있으나 자리에 비해 지원자가 너무 많아 실제 공무원 취업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는 청년들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며 '희망고문'만 하는 셈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8개월이 됐지만 청년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취업자 증가 폭이 두 달 연속 정부 목표치인 30만 명에 미달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대학생들은 학업보다 취업에 '올인'하고 있지만 주로 공무원직을 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학년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 비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상당수 대학생들은 공무원·교사·공공기관 직원 등을 원한다고 밝혔다. 취업을 원하는 직종이나 기업은 공무원·교사(23.6%)와 공공기관·공기업(20.0%)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대기업(19.8%)이 뒤를 이었다. 젊은이들이 평생 안정된 직장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전부터 공무원을 선호하긴 했지만 이달 초 여야 3당이 긴 협상 끝에 공무원 증원 규모를 9,475명로 확정하면서 공직을 원하는 청년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심지어 멀쩡히 다니던 기업도 팽 게치고 공시 대열에 뛰어든 청년들도 많다. 통계청이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지방직 공무원 청년 추가 채용으로 응시가 많아 청년실업률 증가를 견인했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신규 공무원을 늘린다고 청년실업률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공무원에 도전한 수 많은 젊은이들이 좌절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때문에 청년실업률은 통계청이 조사할 때 마다 신기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려면 학력인플레 사회의 폐단을 없애야 한다. 대학진학은 개인의 미래소득보장과 더 나은 결혼조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투자행위지만 취업난이 심해지면 국가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으로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발상은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던 '그리스'와 '베네주엘라'처럼 외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차라리 민간부문 투자활성화를 유도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또 기업친화적인 정책으로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집중 육성해야 한다. 다행이 4년제 고학년 학생과 전문대생들의 중소기업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창의력이 넘치는 유능한 인재들이 공무원보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청년실업률을 낮추고 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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