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립아트코리아

내년에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3% 성장, 물가 상승률 2% 등 상황이 되고 환율이 이변이 없다면 내년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은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내년 1인당 GNI 3만 달러가 되면 한국은 12년 만에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 된다. 1인당 GNI 3만달러 달성은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적인 위상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총소득이 올라갔다고 해서 대다수 국민들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볼 수 없다. 억대연봉을 받는 고액소득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임금근로자중 절반이 살인적인 저임금에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GNI 3만달러 달성을 마냥 반가워 할 수는 없다.

1인당 GNI는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다. 특히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기준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2006년 2만795달러로 2만 달러대를 처음 돌파한 뒤 10년이 넘도록 3만 달러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190개국 중 27개에 달하지만 세계 10위권 수출대국인 우리나라는 그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이 공고해졌고 최근 원화도 강세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으로 볼때 3만 달러 달성은 시간문제가 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만 달러가)달성되면 좋겠지만,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이 체감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질 높은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질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1천947만 명의 임금근로자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의 한 달 월급이 200만원에 못 미쳤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 가족 최저생활비 168만원을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청년층 고용사정이 악화된 것은 물론 임금도 열악했다. 이 같은 양상은 정규직보다 급여 수준이 낮은 아르바이트, 시간제근로 등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3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들이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선심성 복지정책에 치중하면서 지자체 SOC사업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했다.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귀족노조가 버티고 있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종사자 평균 연봉은 억대가 넘거나 근접한다. 공기업 직원과 공무원도 안정된 소득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 종자사들에게 1인당 GNI 3만 달러는 비현실적인 꿈이다.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과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정부는 내년에 GNI 3만달러 진입보다 보다 많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질 높은 성장을 어떻게 달성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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