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클립아트 코리아

1989년 일본의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小室直樹)는 '한국의 붕괴'라는 책을 통해 한국경제를 이르러'가마우지 경제'라 비판했다. 중국 저장성에서 유행하는 가마우지 낚시는 새의 목 아랫부분을 끈으로 묶어 두었다가, 새가 먹이를 잡으면 목에 걸린 고기를 빼내는 낚시 방법이다. 한국이 핵심 부품과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여 완제품을 만들고, 이를 수출하여도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일본이 챙기게 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2017년 3/4분기 충북의 중국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22% 상승한 상황이다. 사드리스크라는 어려운 상황에도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평판디스플레이, 일반기계, 무선통신기기, 화장품이 중국으로의 수출을 주도하였다.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2차전지의 핵심 소재부품이 꾸준한 상승을 기록하였고, 정밀 화학품과 전력용 기기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위 품목들은 중국이 수입규제를 할 경우 완제품에 대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품목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가마우지 경제'가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나타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국제조2025'를 통해 정부자금 165조원을 투입하여 자국산 반도체 비율을 70%까지 끌어 올리고, 2차전지도 배터리, 모터, 핵심부품을 집중 육성하여 글로벌 시장점유율 70%를 확보하겠다고 공식발표한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분야도 '인터넷플러스(互聯網+)'정책을 내세우면서 드론에서 인공지능(AI)분야까지 세계 1위를 넘보는 기업들이 속속들이 출현하고 있다. 28년 전 일본 경제학자로부터 경고받은 한국경제가 중국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앞으로는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판국인지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시장으로의 수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중국을 조금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기업들과의 관계는 본질적인 가치부터 파고들어야 하는데, '애자필보(??必報) 일반필상(一飯必償)'이라는 중국 옛말이 있다. 밥 한 끼를 얻어먹더라도 반드시 갚고, 지나가다 째려만 봐도 반드시 복수한다는 뜻으로 은혜와 원한은 평생을 두고 갚는다는 중국 속담과 같이 은원관(恩怨觀) 문화가 저변에 확대되어 있다. 최근 사드리스크가 중국 입장에서는 은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원한으로까지는 되지 않도록 적절한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며, 적절한 관계가 은혜로 전환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중국시장 진출의 다각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졌을 때, 드라마 시장으로 직접 진출하기보다 미국의 인터넷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기업인 넷플릭스 등으로 우회 진출한 것은 방법적으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중국으로의 무역편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이외의 국가와도 비즈니스를 개척해야 한다. 일본이 세계 소비량의 1/4를 차지하는 희토류는 첨단장비에 사용되는 중요 광물인데, 중국은 조어도(일본 센카쿠열도) 사태에서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금지령을 내렸지만 일본은 베트남, 몽골 등과 희토류광산에 대한 개발 사업을 진행하여 희토류 부족사태를 넘긴 사례가 있다.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마지막으로 원천기술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한국경제가 가마우지식 수모를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향후 우리가 장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궁극의 전략은 그들이 어찌할 수조차 없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 청주에서 지난 11월 10일부터 19일까지 2017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젓가락은 동북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지금까지 2000년 이상 원형으로 이어온 문화라고 한다. 동북아 문화의 핵심인 젓가락은 한중일이 모두가 쓰는 식사의 도구이지만, 그 나라의 예법과 식사문화의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기회로 중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면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그들과 함께 어떻게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지 고민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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