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26. 충북 진천 '역용쌀국수' 웬역용·김영호 부부

충북 진천에서, 베트남 현지 맛을 그대로 살린 베트남쌀국수 집을 운영하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웬역용씨와 남편 김영호씨.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 뜨끈한 국물 하면 생각나는 '베트남쌀국수'. 요즘은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 어디에도 없는 베트남쌀국수집이 있다.

진천시외버스터미널옆 메가박스건물 1층에 위치한 '역용쌀국수'(진천군 벽암리)는 베트남 이주여성이 직접 베트남 현지에서 배운 레시피로 맛을 낸 '원조'격의 베트남쌀국수집이다. 진천에 사는 베트남 출신 웬역용(41·여)씨가 남편 김영호(42)씨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음식 중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이름 '역용'을 걸고 하는 거니까 잘하고 싶어요."(웬역용)

2016년 1월20일 오픈한 가게는 '베트남 이주여성이 운영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베트남인들이 자주 찾아온다. 쌀국수 한그릇 맛있게 비우고 나면 고향의 맛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기 때문일까. 손님의 30%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계 란다.

"토~일요일에는 베트남 친구들이 많이 와요. 반갑죠. 바쁠 때에는 (베트남 친구들이) 일도 도와줘요."(웬역용)

'역용 쌀국수'의 쌀국수.

'역용쌀국수'만의 맛의 비결은 소고기가 진하게 우러나 달작지근하기까지 한 국물에 있다. 여기에 부드러운 소고기 몇 첨, 송송송 썰어 듬뿍 넣은 쪽파, 아삭아삭한 양파가 베트남 특유의 맛을 더한다. 면발은 우리의 칼국수 면처럼 얇고 널찍해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있다.

"베트남쌀국수는 면이 부드럽고, 육수는 담백해야 해요. 베트남에서 먹는 쌀국수에서 '고수'만 뺏다고 보면 돼요. 우리집은 고기는 한우만 써요."(웬역용)

가게 오픈 전, 맛있는 쌀국수를 위해 부부는 전국의 베트남쌀국수집을 찾아다니면서 '맛' 조사를 했다.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자 역용씨가 직접 베트남 현지의 유명 쌀국수집에 취직해 레시피를 배워왔다.

"베트남식당에서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다가 내가 열심히 일하니까 마음을 알아주고 요리비법을 알려주더라구요. 그 '비법'은 남한테 절대 안 알려주겠다고 그 사장님과 약속했어요."(웬역용)

진천시외버스터미널 옆 메가박스건물 1층에 위치한 '역용쌀국수' 매장 모습 / 김미정

진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남편은 부동산가게를 접고 아내 식당에 힘을 보탰다. 아내가 베트남에서 레시피를 전수받는 동안 남편은 가게 인테리어를 도맡았다.

"혼자 인테리어를 하려니까 힘들었죠. 베트남 분위기는 살려야겠고, 가스나 전기는 어디에 둬야 할지 막막했고…"(김영호)

13평의 가게에는 베트남 전통모자와 전통인형으로 분위기를 살렸고, 한 켠에는 베트남 술과 커피, 음료수, 베트남 식재료를 진열해놓은 코너가 마련돼있다.

남편 영호씨는 서빙 담당이다. 주말에는 밀려오는 손님 덕에 잠시도 앉아있을 틈이 없단다.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 분들이 오시면 고수, 레몬, 홍웨이를 담아서 내고, 한국사람은 양파절임과 단무지를 드려요."(김영호)

'역용 쌀국수'의 월남쌈

주방 앞에는 사이드메뉴로 나가는 고수, 홍웨이, 레몬, 양파절임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베트남음식은 자극적이고 향이 있잖아요. 베트남 맛을 그대로 살리긴 했지만,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보다는 맛이 많이 순해진 거에요. 손님들이 맛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면 아내가 귀담아 듣고 개선하려고 하더라구요."(김영호)

"손님들이 깨끗하게 다 비우고 나서 "진짜 맛있네요" 할 때 가장 행복해요."(웬역용)

좁은 주방에서 뜨거운 육수를 끓여내다 보니 역용씨의 손에는 화상상처 투성이다. 그래도 '영광의 상처'처럼 아물고 있다.

"아내가 고운 손을 다치는 걸 보면 안쓰러워요. 요리하는 아내를 보고 있으면 그래도 아름다워요."(김영호)

부부는 2002년 결혼한 16년차 부부다. 베트남계 한국 섬유공장에서 아내는 직원, 남편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으로 처음 만나 6년간 연애를 했다. 연애기간 6년중 4년간은 역용씨가 베트남에 가있어서 국경을 넘나드는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진천에서 베트남쌀국수집을 운영하는 베트남 출신 웬역용(오른쪽)씨와 남편 김영호씨가 쌀국수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고있다. /김미정

"옛날에는 핸드폰도 없어서 공중전화로 서로 연락하고 그랬죠. 인연이었나봐요.(웃음)"(웬역용)

부부가 만났던 90년대 후반만 해도 국제결혼이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양가 부모의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결국 아버지는 결혼식도 못 보고 돌아가셨어요."(김영호)

부부는 보증금 600만원짜리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이후 아이가 태어나면서 방 두칸짜리 아파트로 옮겼고, 세 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경제적으로는 넉넉치 않지만 열심히 살아온 덕에 지금의 가게를 오픈하게 됐다.

"힘들어도 저는 웃어요. 그래서 안 힘들어요."(웬역용)

부부는 힘들어도 웃는다고 했다. 긍정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살면서 서로를 응원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충북에 프랜차이즈를 내는 것.

"제 꿈이 한국에서 베트남쌀국수집 운영하는 거였는데 그건 이뤘어요. 다음 꿈은 청주, 음성 대소 등 다른 곳에도 '역용쌀국수' 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맛있는 베트남쌀국수 맛 보게요."(웬역용)

충북도내 외국인 1만명 시대, 이중 베트남 국적은 2천606명(2016년 12월말 기준)이다. 다문화사회, 웬역용·김영호 부부는 쌀국수 한 그릇에 또 하나의 베트남 문화를 담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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