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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서 '경쟁 아닌 협력' 배운다

기사승인 2017.10.23  22: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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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행복한 혁신학교를 가다] 2. 평등교육 실천하는 핀란드
7세부터 16세까지 연령통합 수업…학습목표 개인 능력에 맞춰 설정
평가방식 개인 목표 달성이 기준…열린공간 학생·교사 협력 이끌어

야르벤빠 고등학교 중앙홀 '아레니' 모습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단 한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겠다.'

세계 교육 강국으로 불리 우는 핀란드는 평등교육을 원칙으로 한다.

핀란드에선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 교육평가에서 뒤처지는 학교에 더 많이 지원한다. 누구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주어지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미래를 준비한다.

핀란드는 유치원부터 박사과정까지 전면 무상교육이다. 우리나라처럼 우열반이니 특목고, 자사고도 없다. 하지만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PISA'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핀란드 혁신학교를 들여다봤다.

무학년제, 라토카르타노 종합학교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

헬싱키에 위치한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Latokartanon Peruskoulu)는 핀란드 혁신학교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한국의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달 4일 학생 2명이 안내를 맡았다. 봉사교육의 일환이라는 라우라 교사의 설명이다.

이 학교에는 7세부터 16세까지(유치원~중3) 800명의 학생이 다닌다.

라또까르타노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학년제 수업'이다. 과목에 따라 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한 교실에서 연령통합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1~9학년으로 구성된 5개의 홈그룹 중 하나에 속해 졸업할 때까지 생활한다.

모든 학생은 교사·부모와 논의해 개별적인 학습 계획과 목표를 세워 학생의 수준에 따라 개인맞춤형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의 학년별 획일적인 학습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학생들 평가는 핀란드 교육과정에 따라 5학년까지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6학년부터는 개별적인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가 기준이다. 목표에 도달한 학생에게는 새로운 과제를, 실패한 경우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도록 지원한다. 학생·부모·교사는 일년에 두 번 함께 모여 상담하고 개별 학습계획을 평가한다.

라또까르타노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협력 문화'다.

지난 2003년 개교 한 이 학교는 디자인 공모전을 거쳐 2009년 건물을 다시 지었다. 새로운 교육을 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해서다. 학교건물이 단순이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교육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학교는 연(kite) 모양으로 유리창을 크게 해서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목재를 이용한 4동의 학교시설은 햇빛이 사방에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학교 중앙에는 식당 겸 행사를 할 수 있는 커다란 홀을 만들었고, 이를 중심으로 2층 건물은 4동의 홈 지역(home areas)으로 나뉜다. 홈 지역 내 교실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어 언제든 협력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평소에는 각각 수업을 진행하지만 필요한 경우 문을 열고 2개 학급의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수업협력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협력도 이끌어내고 있다. 협력을 통해 새로운 교육법을 찾아내는 교사 혁신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와의 협력도 학교운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대화의 시간을 1월과 9월에 갖는다. 새학년을 시작하는 9월에는 학생들의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1월에는 학습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한다.

설립 때부터 혁신적 학교로 세워진 라또까르타노의 이런 전통은 올해부터 핀란드의 정식 교육과정으로 채택돼 적용되고 있다.

라우나 마리아 시니살로 국제팀장은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하고,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획일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보고 듣고 체험하는 모든 것이 교육이다. 마을이 학교이고, 학교가 마을인 것이다"고 학교 교육철학을 설명했다.

대학 같은 고등학교 야르벤빠

야르벤빠 고등학교 중앙홀 아레나 모습

야르벤빠 고등학교는 독특한 공간구조로 유명하다.

학교 건물 중심부에 천정까지 시원하게 뚫린 원형광장 '아레나'가 있다. 교실은 '아레나'의 원형 둘레를 따라 배치됐다.

아레나는 카페테리아처럼 꾸며져 평소 식사를 하거나 공연을 하기도 한다. 20분 가량의 깜짝공연이 벌어지면 이같은 구조 덕분에 학생들이 교실에서 한 걸음만 나와 각 층 어디서든 쉽게 무대를 볼 수 있다.

야르벤빠 고교의 내부 구조는 학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야르벤빠의 자존심이자 교사·학생·학부모의 소통 공간으로, 학생들은 각 층마다 광장을 주변으로 배치된 책상과 소파 앉아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대화하며,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야르벤빠의 교육과정은 건물 만큼이나 독특하다. 우선 고정된 학급을 없앴다. 우리나라의 대학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졸업에 필요한 기간도 3년으로 고정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빠르면 2년, 늦으면 4년 동안 자신의 역량과 희망에 따라 졸업시기를 정한다.

학생들은 총 300개의 과목(course) 중 필수과목 47~51개를 선택하고, 나머지 원하는 분야에서 선택해서 모두 75개 과목을 들으면 졸업할 수 있다. 선택과목 개설은 교육당국의 간섭 없이 학교 스스로 결정한다.

담임 제도도 없다. 대신 학생 30명당 교사 1명 정도의 멘토가 졸업할 때까지 학생을 도와준다.


학기는 핀란드 대부분의 학교처럼 5학기로 운영되지만 일부 6학기도 있다. 핀란드 1년 수업일수 190일로 각 학기(period)는 7주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대학생처럼 매 학기 개설과목을 수강신청하며, 1학년때 3학년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교육과정은 'Wilma'라는 프로그램으로 수강신청부터 수업 내용까지 관리된다. 우리나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와 비슷하고 학부모들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학기 마지막에 실시하던 시험은 시험기간을 정하지 않고 중간중간 수업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야르벤빠 고교의 특징은 학생과 교사, 학교 운영 등에 높은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입학하면서부터 3개의 계획을 세운다.

75과목을 수강하기 위한 개인적 학습계획과 수능시험(matriculation examination)을 언제 어떻게 볼 것인지 고교 생활 초기부터 수립해야 한다. 또 대학 진학을 포함해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등의 인생 설계를 고등학교 후반기나 마지막 학기에 세우도록 한다.

계획은 희망 진로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변경 수 있고 윌마시스템으로 관리받으며 상담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제공하지 못할 때는 다른 학교에 보낼 수 있고, 수준이 높을 경우 대학에 보내는 등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특별한 학생의 경우는 강사로 활용하기도 한다.

야르벤빠 고교는 이처럼 학생들에게 높은 자유를 주지만 교사들에게도 다양하게 과목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큰 자율성을 준다.

마리야 리사 교장은 "지금까지 20년간 해왔지만 지금까지 교사들에게 수업외 업무를 시키거나 따지지 않았다"며 "교사들은 1년에 학교교육계획 보고와, 20쪽 분량의 학년말 학교자율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게 행정업무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핀란드 사투 엘로 국가교육청 카운셀러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사투 엘로.

사투 엘로는 무학년제(혼합 연령)를 통해 학습 패러다임의 본질적인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학교에서 교장을 지냈다. 현재는 핀란드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가교육청에서 카운셀러로 일한다. 국가교육청은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국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교 혁신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핀란드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학습을 목표로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한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준비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핀란드 교육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국회에서 국가의 교육목표를 정하면 전문가그룹를 참여시켜 3~4년 준비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초안은 학교현장의 의견수렴을 받아 수정보완을 거쳐 확정된다. 교육정책은 현장에서 경험한 풍부한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시키다."

요즘 핀란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현상기반교육'(Phenomenal Education)이란

"단일 교과들이 함께하는 융합교육이나 프로젝트 수업이다. 학생들은 과목별 학문이 아니라 특정 주제를 둘러싼 다양한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한다. 전통적인 수업 과정이 의사소통 능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력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대체되며 이는 느리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낡은 교육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핀란드 학교평가는 어떻게 이루지나

"핀란드 학교는 매우 독립적이다. 자치단체에서 학교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학교 스스로 교육 과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평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정부가 학교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가 1년 동안 시행한 교육과정에 대해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하거나 자치단체 또는 학교 스스로 평가한다. 국가차원은 장학제도는 일체 없다. 평가결과를 보고 부족한 학교는 더 많이 지원한다."

한국의 혁신학교에 대한 조언은

"학교를 개선하고 혁신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똑같은 방법을 살 수는 없다. 한국은 스스로 맞는 교육정책을 만든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금란 기자 k2r@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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