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에서 요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루프탑(rooftop·옥상) 카페가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김용수

청주 대표적인 명소중 하나로 우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수암골이 최근 몇 년 새 불법영업의 온상으로 변질됐다. 옥상이나 테라스를 활용한 루프트탑(Rooftop) 카페가 우후죽순(雨後竹筍)격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옥상카페'로 불리는 루프트탑 카페는 불법이다. 업주들이 청주시에 신고할때 영업면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불법인지 알면서도 팔짱만 끼고 있다. 심지어 카페건물을 설계할 때 옥외영업을 위해 시공됐지만 업주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몰리는 수암골에는 이같은 불법영업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수암골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외에는 뚜렷한 관광 상품이 없는 청주에서 그나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때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자치했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배경이 됐던 팔봉제과와 '영광의 재인'에 등장했던 우동집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6.25전쟁 통에 울산 23육군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살던 피난민들이 청주로 이주하면서 터를 잡았던 '달동네'이자 미로(迷路)같이 좁은 골목의 담 벽에 벽화가 그려진 과거의 추억과 문화가 담겨진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피난민들의 신산(辛酸)한 삶을 간직한 '피난민촌'은 드라마의 촬영지로 인기를 모으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주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달동네 인근엔 한동안 상가건물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이미 카페와 레스토랑이 잇따라 입점하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골목안의 작고 허름한 주택 중에는 상가로 리모델링 중인 곳도 있다. 밤에는 청주 야경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카페는 새벽 2시까지 불야성(不夜城)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카페촌이 생겨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얄팍한 상혼이 판치는 소비지향적인 마을이 됐다는 지적이 더 많다. 문제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다보니 불법영업이 당연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부매일 보도에 따르면 청주시내 22곳의 루프트탑 카페중 수암골에 16곳이 몰려 있다. 이들 루프트탑 카페 영업은 모두 불법이지만 청주시 단속은 형식적이다. 단속을 나가도 '식품접객업의 시설기준 중 공통시설기준의 적용특례에 따른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옥외영업을 하면 안된다. 적발될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된다'는 내용의 계도문을 한 장 달랑 주는 것으로 끝이다. 두 차례 적발되면 영업정지 보름, 세차례 적발되면 카페는 한 달간 문을 닫아야 하지만 단 한 번도 행정처분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청주시가 하나마나한 단속을 하다 보니 루프트탑 카페 업주들은 '불법인지 몰랐다'고 발뺌할 정도다. 청주시가 이런 식으로 불법을 묵인하다보면 업주와 유착의혹이 있다고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수암골 루프트탑 카페업주들이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좌시한다면 불법영업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청주시는 엄격한 단속을 통해 불법영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반드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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