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에서 일반에 회자된 사건이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격돌이다. 이세돌이 졌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 1로 물리치고 승리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승리를 예측했다. 바둑을 두는 모든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수보다 많다고 했으니 단순한 계산만으로는 알파고가 승리할 수 없을 것이지만 알파고는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시대에 들어와 있다. 미국의 예이지만 대형 로펌에 인공지능 변호사가 고용되어 일을 시작한 것이다. IBM이 개발한 로스(ROSS)가 그 주인공인데 로스는 240년간 수집된 판례와 법 조항을 단 몇 초 만에 검토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법률 상담을 행하고 학습을 통해서 점점 그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 내 10개 이상의 로펌에서 로스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법관은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에서 판결의 결과에 꽤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기에 인공지능 판사가 내리는 판결이 더 공정하다고 여기게 될 날이 다가올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이미 기계가 내리는 판정에 누구도 시비하지 않는 경우를 경험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 선심(線審)의 역할이 점점 기계에 맡겨지고 있다. 지난 2006년 등장한 테니스 선심(line judge) 호크아이(Hawk-Eye)는 유명 테니스 대회 때마다 인간 선심의 판정에 오류가 있는 지를 가려서 결과를 판정한다. 물론 선수가 요청했을 때 판정해 준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1월에 개최되는 '넥스트 젠(Next Gen) ATP 파이널'에서 사람 선심 대신 호크아이가 샷의 인·아웃(in·out)을 판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제 심판 10명 중 진행을 위한 주심만 남고 9명의 선심은 할 일을 잃게 되는 것이다. 호크아이가 도입된 이후로 심판의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는 장면이 거의 사라졌지만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말이 있지만 ATP는 공정함을 더 중하게 여기고 기계 선심을 도입하는 것이리라. 일부 선수들이 판정에 항의하며 테니스 라켓을 내리쳐 부러트리는 장면과 심판에게 삿대질하며 항의하는 장면이 관객에게 주는 양념 같은 재미였다면 이제는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는 통신의 국경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전 세계 어느 곳의 누구와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이 70%에 이르렀고 한국은 IT 강국답게 1위로 90%를 넘긴지 꽤 되었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본인 인증을 스마트폰의 '본인 확인 서비스'를 통해서 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정치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가 먼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의 정치가 아닌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치권의 비효율에 식상한 이들이 이의 실행을 세차게 요구하는 변화가 일어날 게 뻔하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야단이다.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그리고 사물 인터넷으로 어우러지는 정보통신기술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녹아드는 새로운 산업혁명이 바로 우리의 코앞에 다다랐음을 알아야 한다. 선진국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투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미래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결정하게 될 일인데 걱정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과 관련 연구에 대한 특단의 장기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연구자들이 떠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몰려드는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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