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클립아트코리아

학교폭력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얼마 전에는 재벌 손자가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고, 이번에는 의자와 각목으로 같은 학교 여학생을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이 부산과 강릉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일반인들의 폭력과 다른 가해자들이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교폭력은 예방이 최선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교사들의 선제적 개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을 연구하는 리(Lee, 2011)도 다음과 같은 지도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교사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첫째, 초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폭력의 가해나 피해의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둘째, 폭력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해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는 학생들만의 문제나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예방 프로그램과 노력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노력을 할 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방책이 학생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거나 공유되지 않는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학교폭력에 대한 관찰 결과, 개입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한다. 이는 가해자나 피해자는 물론 중재자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법적문제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지도에도 긍정적인 자료가 된다.

넷째, 학교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키워야 한다. 흔히 성장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폭력의 성격과 유형, 지속성 등을 살펴 대응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발적으로 발생한 단순한 폭력과 의도적인 폭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폭력에 대한 민감성 문제는 공동체의 인권 민감성과도 관련되는 문제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을수록 인권에 대한 민감성도 높아진다. 안전한 공동체 누구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다섯째,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필요한 전략, 기술 등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피해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요령이 필요하다. 이는 필자가 여러 지면을 통해 제안했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역지사지 운동>,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10계명>, <스튜던트 오블리주 의식의 함양> 등과 유사한 내용이다.

여섯째,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폭력 가해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처벌은 반드시 교육적인 계도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역효과를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무관용은 항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곱째, 폭력문제가 가해자, 피해자에게만 있다는 접근을 피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발생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 환경적인 영향, 학교의 풍토, 교사들의 지도방식 등과도 관련성이 매우 깊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여덟째, 교사들도 학교폭력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고답적인 태도와 인식만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심리와 행동특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아홉째, 학교폭력의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 학교문화와도 관련성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폭력적인 학교, 비민주적인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강압적이고 경직된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위의 내용들은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숙지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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