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마리농장에서 계란을 폐기처리하고 있다. 2017.08.16. /뉴시스

문재인 정부에서 농(農)피아·군(軍)피아 척결에 나섰다. 한동안 주부들을 불안하게 했던 '살충제 계란파동'과 국민적인 분노를 샀던 방위산업 비리 사건 등을 계기로 민관유착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퇴직공직자 전관예우·민관유착 방지대책은 새로운것은 아니다. 2014년 4월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도 공직자와 기업체의 부패커넥션을 상징하는 관피아, 모피아가 우리사회의 적폐로 지목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이제는 농피아와 군피아가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 안전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오는 19일 입법 예고키로 했다. 국민 건강상 위해를 줄 수 있거나 방위산업 분야의 민관유착 우려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업체 규모와 관계없이 퇴직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자본금 10억원,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 업체에만 취업을 제한했으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규모 업체도 취업제한기관으로 지정·관리할 수 있다.

농피아와 군피아에 메스를 대는 것은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퇴직공직자 재취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됐고, 방위산업 분야의 지속적인 비리로 인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낭비돼 식품안전과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엄격한 퇴직공직자 전관예우·민관유착 방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 사건 당시 농장의 상당수가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민간업체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당연히 '농피아'와 농관원 간 '검은 유착'이 살충제 계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민관유착을 통칭하는 관피아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흔히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부르는것은 특별한 잘못없으면 정년까지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공직자들은 정년까지 채우고도 유관·민간단체 간부로 옮기는 일이 다반사다. 이들 관피아는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늘 고인물같은 환경에서 자기 밥그룻만 채우는데 혈안이 된 공직사회의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물론 대다수 공직자들은 공복의 자세로 헌신하고 있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기업체와 검은 먹이사슬로 엮어져 반드시 폐기처분해야할 사회악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관피아가 없어질 것으로 보긴 힘들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관련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관단체에 간부출신 공무원을 임명하라고 압력을 넣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농파이든, 군피아든 입법만 한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제도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고 기관·단체장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인식부터 혁신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이후 한동안 국가개혁이 화두였지만 그 때뿐이었다. 관피아를 철폐시키지 못한다면 공직자 보신주의와 민관유착은 언제든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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