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성수 경제부 기자
열흘이라는 유례없는 긴 휴가가 다가오고 있지만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에게 휴가를 즐길 여유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취준생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코앞에 두고도 취업사이트와 아르바이트구인구직사이트를 보는데 여념이 없다. 취업이 안되니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생활비 및 용돈을 벌겠다는 심산이다. 더욱이 추석같은 명절에 단기로 구하는 아르바이트는 평소보다 시급이 높기 때문에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취준생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을지도 모른다.
명절 스트레스도 고향을 가지 않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한 매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추석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취업준비생은 전체 인원의 72%%나 차지했고, 이는 취업준비를 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20%이상 높은 수치다.
취업준비중인 최모(31)씨는 추석 대목에 택배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방문한 곳에 20대 대학생들이 많아서 새삼 놀랐다. 최씨가 그들에게 추석 때 일하는 이유를 묻자 친척들을 보기 싫어서 일한다는 이들이 대부분인 것에 한번 더 놀랐다.
추석때 고향에서 듣게 될 단골질문인 '취직은 언제 하냐', '올해는 취업해야지', '옆집 아들은 대기업에 입사했더라'라는 등의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도 있다. 취준생들에게 명절 고향방문이란 원치 않은 일이 되버린 것이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구인구직사이트에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조사인원 중 과반수의 대학생 또는 직장인이 추석 연휴기간에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학생의 65.7%가 연휴기간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답했고, 이 결과는 직장인보다 10%가 더 높은 수치다.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평소보다 시급이 높고 친척·친지들을 만나기 싫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취준생들도 민족 고유의 명절이자 열흘이나 되는 연휴에 쉬고 싶지 않을 리 없다. 현 상황에 등 떠밀려 집밖으로 나가는 취준생들도 즐거운 명절을 맞을 수 있도록 배려와 격려가 필요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