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수업 빼고 교육감과 대화…수능 코앞 고3도 참석 '비난'

충북도교육청은 민주적인 토의·토론 문화 정착을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학생원탁토론회 및 교육감·학생대표 만남'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사진은 2016년 12월 19일 열린 학생원탁토론회 모습. / 충북도교육청 제공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충북도교육청이 평일 학생을 동원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0여 일 앞둔 상황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참석시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은 '2017 학생원탁토론회 및 교육감·학생대표 만남' 행사를 지난 21일 오후 2시부터 5시20분까지 3시간 20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교육 혁신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듣다'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청주지역 중·고등학생 232명이 참여했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부분 각 학교의 학생회 임원으로, 일부 학생은 인솔교사와 행사장에 왔고, 일부는 시내버스를 타고 직접 온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 장소가 청주시 외곽 컨벤션센터여서 오고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오후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교육 혁신' 문제가 시급을 다투는 교육현안도 아닌데 "교육감이 평일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진행해야 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수시가 끝난 상태라 고교 3학년들을 참석시켰다는 도교육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1분 1초가 아까운 시점에서 대입 수험생들을 참석시킨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2018학년도 4년제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마감됐지만 전문대 수시모집 1차 모집은 오는 29일까지이며, 2차 모집은 11월 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다. 4년제의 경우 수능 최저등급을 반영하는 대학에 수시 지원했거나 정시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11월 16일 치러지는 수능에 철저히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원탁토론회에 참여했던 일부 학생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고3인 한 학생은 "김병우 교육감이 말하는 거 5분 들어보면 참석한 것을 후회한다"고 SNS에 공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장기자랑 할 때가 재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날 원탁토론회는 교육혁신을 주제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회에서 모아진 의견을 바탕으로 김병우 교육감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는 올해 4회 예정으로 지난 19일 북부권 토론회로 단양고에서 진행됐다. 오는 26일은 중부권, 내달 23일은 남부권에서 예정돼 있는데 모두 평일이다.

민주적인 토의·토론 문화 정착을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학생원탁토론회 및 교육감·학생대표 만남' 행사는 올해 권역별(북부권-단양, 청주권-청주, 중부권-증평, 남부권-보은)로 총 4회 650여 명이 참가 예정으로 지난해보다 확대했다.

지난해는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회 실시 했는데 이 때도 모두 평일에 진행됐다.

청주지역 고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운동선수도 오전에는 수업을 하는데 도교육청의 행사 때문에 학생들이 오후 수업을 전부 빠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더구나 고3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토론회에 온다고 신청을 해도 못오게 말려야지 어떻게 이런 한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냐"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시가 끝난 학생들은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고3학생을 참여시켰지만, 수능을 치를 학생들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만이 있었으리라 사료된다"며 "앞으로 행사 추진 시 세세한 것까지 살펴서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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