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 오후 인천 남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나온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지미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사회가 메마르고 삭막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돈 몇 푼 챙기기 위해 '묻지마 범죄'가 난무하고 동급생을 무차별 폭행하는 10대 청소년들의 흉폭 한 행태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극히 사소한 갈등으로 오랜 친구와 친지를 거침없이 살해한 뉴스를 접한다면 그 누구라도 심난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 것이다. 지난 22일 신문사회면은 이런 잔인한 뉴스들로 가득했다. 청소년들이 볼까봐 걱정될 정도다. 치유하기 어려운 중병을 앓고 있는 우리사회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청주 하천 둑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 A씨와 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30대 남성 B씨는 가족들끼리도 각별하게 지내는 사이였지만 B씨는 A씨의 '험담' 때문에 감정이 틀어진 것도 모자라 그 여성을 둔기로 잔혹하게 폭행해 숨지게 했다. 어쩌면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일을 순간적으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더 씁쓸한 것은 A씨와 친자매처럼 친했던 B씨의 여자친구는 A씨가 폭행으로 숨져가는 것을 지켜만 봤다는 점이다. 적극적으로 말렸거나 경찰에 신고했으면 친구는 살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인명경시'를 넘어 '인성결함'이다.

같은 날 법원은 10년지기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에 불을 지른 혐의(강도살인 등) 등으로 기소된 30대 여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여성은 친구와 돈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친구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신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 여성은 범행 후 친구의 휴대전화와 개인정보를 이용해 카드사에서 1천만원을 대출을 받기도 했다. 또 이날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소년법' 폐지논란을 불러일으켰던 10대 소녀는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적용되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도 있지만 이들에겐 전혀 통하지 않는 가사다. 이들은 사람으로 태어나 괴물로 컸다. 문제는 이들이 평소에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사회에 언제든 흉악범죄가 돌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이유든 살인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지만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으려면 자기합리화 일지라도 합당한 명분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개인적인 원한이나 살인으로 얻을 수 있는 '범죄 수익'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살인혐의'로 경찰에 잡혔을 때 겪어야할 대가(代價)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살인행위를 보면 타당한 이유가 없다. 한 결 같이 너무 충동적이다. 무엇보다 살해과정도 엽기적이다. 인간존중심리나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불행한 현실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인격 장애'를 가진 '소시오 패스'들의 일시적 충동으로 비롯된 거칠고 잔인한 범죄가 만연한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보여준다. 이는 자기정체성과 가치관이 성립되는 유소년시절 인성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규범 실천은 사회공동체가 반드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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