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더불어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침통해 했다. 언론에 보도된 현장분위기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주도권을 놓고 승부를 벌인 여야정당의 엇갈린 분위기를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40석의 제 3당인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충실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고 민주당 지도부가 일대일 설득에 나서면서 국민의당 협조를 이끌어낸 결과다. 이는 다당제 구도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협치를 외면한다면 언제든 정국이 뒤틀릴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위기에서 벗어나 리더십 추락을 막게 됐다. 여당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과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로 이어지는 낙마 도미노로 난관에 부딪쳤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원만히 국회 문턱을 넘어섬에 따라 헌재소장과 대법원장이 동시에 비는 헌정 사상 초유 사법부 공백 사태는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에서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의당 의원 설득에 총력전을 전개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출장 직전 이례적으로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했다.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문제 삼은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우 원내대표는 "찬성표를 함께해 준 야당 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오늘 이 승리는 헌정사에 협치라는 새 장을 연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협치의 소중함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낙마한 인사는 김이수·박성진 후보를 포함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 모두 7명이다. 이 때문에 인사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당^청(黨^靑)은 코드인사에 독선적인 정국운영으로 야당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이념적으로 편향됐거나 자격과 자질이 미달되는 인물들을 기용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지도부는 임명동의안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국민의당을 막말로 자극했다. 이달 들어 문 대통령 여론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은 국민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반영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협치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필요할 때만 야당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식의 일회성 읍소(泣訴)정치는 야당은 물론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과 말로만 협치에 심정적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성이 감성을 누르고 이겼다"고 말했다. 협치에 소홀히 한다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달라지지 않으면 정국은 또 다시 꼬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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