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16일 충북 충주 세계무술공원에서 충주시가 주최하고 대한노인회 충주시지회와 충주시노인복지관 주관으로 열린 21회 노인의 날 기념 세대공감 문화대축제에서 댄스팀이 참가해 경연을 하고 있다. 2017.09.16. (사진=충주시 제공)/ 뉴시스

중원문화권의 중심도시이자 예향의 도시인 충주에서 최근 들어 각종 문화예술행사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이틀이 멀다하고 공연이 열리고 각종 전시회도 줄을 잇는다. 감성의 계절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문화예술행사가 예정돼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 15일부터 4일 간 충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전과 다음달 20일부터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겨냥해 더 많은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문화예술행사가 자주 열리는 것은 예향의 도시인 충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고 시민들의 더 나은 문화혜택을 위해서도 아주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충주에서 열리는 문화예술행사를 들여다 보면 대부분 내용이 거의 유사하거나 출연자들 역시 획일화돼 '그 행사가 그 행사, 그사람이 그사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 국악과 대중음악, 클래식 등이 혼합된 비슷한 내용이거나 틀에 짜여진 행사구성이라는 느낌을 갖게된다.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진행하는 행사는 더욱 그렇다. 보조금을 받아 개최되는 행사는 주로 자신들이 속한 단체를 홍보하기 위해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연자들 역시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의 회원들 위주로 구성된다.

문제는 이같은 행사들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그들만의 잔치'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수준높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겠다는 당초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충주에서 열리는 많은 문화예술행사들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아 일부 행사장은 행사 관계자들 외에 객석이 텅텅 비는 일이 허다하다. 말 그대로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다. 최근 전국체육대회 홍보를 위해 문화예술행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확대되면서 각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보조금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있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 지원에서 배제된 일부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보조금 지원 대상단체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미흡함도 드러냈다. 이처럼 현재 충주지역에서 치러지고 있는 각종 문화예술행사를 들여다 보면 '선택과 집중'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되뇌이게 된다. 이 단체 저 단체 눈치를 봐가며 보조금을 나눠줘 나열식 행사를 치르기 보다는 단 한개라도 수준높은 공연이나 전시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시민들은 대형 콘서트나 오페라, 뮤지컬 등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가족단위로 가는 경우도 있고 모임에서 단체예약한 뒤 아예 대형버스를 빌려 공연을 보러 가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서울까지 올라가는 것은 오로지 수준 높은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충주시가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 충족에 나서기 위해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행사의 숫자만 늘릴게 아니라 질을 높이는데 노력해야 한다. 단 한개라도 수준 높은 공연을 유치해 많은 시민들이 한 번의 관람만으로도 평생의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은 도시의 품격을 재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굶주린 배를 잡고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예전과는 달리, 먹고사는 걱정에서 해방된 지금은 문화예술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충주시는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로 '선택과 집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