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1년]
"취지는 동의하지만 정부 대책 세우지 않으면 망해"
정 문화 사라질 것 '각박'…충북도, 신고는 3건 접수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일선 경찰서에 설치된 '사사로운 정으로 오가던 선물 대신 말로 전하는 칭찬과 격려만 받겠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공공기관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송휘헌 기자]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1년이 된다. 화훼농가와 음식점 등 서민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신고 3건, 음료하나도 '옥신각신'

청탁금지법 시행 전부터 여부와 기준 등에 관련 문의는 수백 건에 달했지만 이를 위반해 징계를 받은 것은 한건도 없다.

20일 충북도에 따르면 1년간 3건의 신고접수가 됐으며 경조사 부의금, 음료수 등 자신신고이기 때문에 따로 징계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내 경찰에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는 17건 직접 출동한 건수는 없고 모두 국민권익위로 상담안내를 했다. 서면 신고접수 건수는 한건도 없다.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관과 소방관은 캔음료 하나조차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민원인과 다툼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 지난 8월 21일 청주 한 일선 경찰서 수사팀에 고마움을 느낀 50대 남성이 피로회복제를 한 박스를 사와 해당 부서에 전달했지만 거절했다. 민원인은 음료를 경찰서 후문에 놓고 갔으며 이것을 본 수사관이 청문감사실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맙다고 음료를 들고 와 감사를 표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럴 때도 받지 못하고 실랑이를 하느라 곤혹스럽다"며 "해당 민원이 가져온 피로회복제는 직접 찾아가지 않아 택배로 되돌려 보냈다"고 말했다.

민원인은 "고마워서 음료하나 성의 표시 한 것인데 받지 않으니 사회가 각박해 진 것 같다"며 "청탁금지법이 이런 사소한 것까지 막으면 정문화가 사라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화훼농가 등 지역 농가 매출 반토막

공직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막기 위해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시행이 1년을 앞두고 청주시에서 근조화환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의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매출이 반 토막 나는 등 화훼농가의 '암흑기'였다"며 화훼종사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신동빈

화훼, 한정식 등 업주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타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한 한정식 사장 A(62)씨는 "시작할 때까지는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시행되자마자 한 달 예약이 줄 취소가 됐다"며 "15년 이상 영업을 했는데 이렇게 힘든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다른 식당 부장 B씨(60)는 "가격도 2만~2만5천원으로 내리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단체와 예약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30%~40%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화훼업체 사정은 더 심했다. 서원구 분평동에 위치한 화훼농가는 손님은 고사하고 일이 없자 1년 동안 직원 2명이 퇴사를 했다. 20년 째 화훼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C(50)씨는 "매출은 70% 이상 감소하고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법 개정 말이 나와 솔깃하지만 이미 인식이 바뀌어 버려 사장도 폐업까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에 있는 다른 소매업체에서도 "승진인사 때 주문하는 것은 90% 이상 줄어들었다"며 "취지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다 망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우, 과일, 화훼 등에서 농업생산액이 3천798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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