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 충주시 호암체육관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폐막식'에서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과 이시종 충북지사와 조길형 충주시장, 이중근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을 비롯한 시상 단체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동빈

엊그제 막을 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뜻 깊은 대회였다. '생명중심 충북에서 세계중심 한국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13년 만에 충북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26개 종목, 8,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것도 의미 있었지만 충북이 11년 만에 종합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무엇보다 가장 소중했던 것은 '장애인 먼저'라는 슬로건으로 전국체전보다 한 달 여 앞서 개최했다는 점이다. 역대 처음이다. 다소 추운날씨에 경기를 해야 하는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크게 향상된 충북은 이번 대회 내내 전 종목 고른 성적으로 줄곧 1위를 지켰다. 역도의 김민지, 이지연, 최단비 선수는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수영의 김경현 선수도 대회신기록을 갈아치웠으며 펜싱과, 육상, 론볼 등에서도 선전했다. 선수들의 뜨거운 투혼에 힘입어 충북은 대회 11연패 대기록을 보유한 경기도를 따돌리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회를 개최한 충북이 우승한 것은 큰 이변은 아니다. 장애인체전 개최도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체전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대회 참가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탕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강령을 만들었지만 엘리트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체전과 달리 장애인 체전은 쿠베르탕의 말이 더욱 절실하게 들리는 대회다. 매 경기마다 참가선수 모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눈물겨운 투혼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엮어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회 자체에 못지않게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경기에 임하도록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 충북도의 노력도 주목받아야 한다. 그동안 장애인체전은 전국체전 폐막 이후 일주일 뒤 열렸다. 당연히 추운 날씨에 따른 경기력 저하와 상대적으로 관심도도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실제로 2년 전 강릉에서 열린 장애인체전 때는 갑작스런 한파로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경기에 임했다. 이 때문에 충북도와 장애인 체육계는 장애인체전을 전국체전보다 먼저 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대한체육회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대한체육회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자 이종찬 충북체육회 상임부회장은 당시 체전일정을 심의하는 대한체육회 산하 종합체육대회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해 지난 10년간 충주지방 날씨를 증빙자료를 제시하며 각 시·도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이번 대회는 개회식에서도 '낮은 자세로 섬긴다'는 의미를 담아 VIP석이 선수단 눈높이에 맞춰 그라운드 트랙에 설치되고, 1,500석의 장애인 초청석을 별도로 마련했다. 또 이시종 충북지사는 환영사를 하면서 직접 수화도 구사해 찬사를 받았다. 이처럼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발상의 전환과 배려가 이번체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장애인체전은 올림픽정신이 구현된 기념비적인 대회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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