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29. 마지막 이야기
코끼리·기린 곳곳 살아있는 동물 천국 아프리카…50도 넘는 활화산 오르며 탈수도
물 공포증 이긴 태국 스쿠버다이버, 고난 연속 인도여행·히말라야 등반까지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들 통해 성장…돈으로 살 수 없는 지혜·감성 오롯이

후후커플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벌써 우리의 여행을 시작한지 9개월이 넘었다. 큰 고민 끝에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여행을 떠났던 생생한 기억에 믿기지 않다가도, 지난 우리의 여행을 가만가만 돌이켜보면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게 많은 시간이었다.

9개월 간 우리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까지 일주했는데, 각 대륙에서의 여행은 모두 다른 색깔이었다. 우리나라와 가까우면서 문화적으로도 가장 친근한 아시아 대륙에서는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쳐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태국에서 물 공포증을 이겨내며 스쿠버다이버 자격증을 땄고, 네팔에서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일주일간의 트래킹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하드코어 여행지라 불리는 인도에서는 그야말로 여행 그 자체가 고난이었다. 그렇게 한계에 부딪치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느낀 건,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정말 뻔하지만, '모든 건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 정말 포기하고 싶었던 그 순간, 내가 스스로의 한계에 왔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에 용기내 한두 걸음 더 걷는 것만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힘이 생겼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약하지 않았고, 내가 생각하는 한계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한계를 떠올리지 않고 나 자신을 믿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역시, 해보지도 않고 못할 거라고 겁먹는 건 옳지 않다. 용기내 시작한 우리의 여행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유럽에서의 3개월은 신혼 부부로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시간이었다. 경비 절감을 위해 자동차로 유럽 일주를 하며 캠핑을 했는데, 덕분에 냄비 밥부터 미역국, 제육볶음 등 간단한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보다 캠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분담하니 서로 도와가며 요리를 만드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또, 유럽에서는 세계 여행 중인 다른 부부들과 동행하면서, 부부 생활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남자와 여자가 만나 맞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건지,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방법이나 부부간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절실히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우리도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대화하고 고민하던 차였다.

많은 부부의 이야기들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 부부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다. 9개월째 24시간 붙어있으면서, 우리는 다른 1년차 부부보다 훨씬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가지 않았을까? 앞으로 평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에 대해 알아가는 것. 이것이 우리의 세계여행이 단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 있는 이유다.

아프리카에서의 한 달은 '모험'이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보도 인프라도 많이 부족한 곳. 남아공을 제외하고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잠비아,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모든 나라에서의 여행은 비싸고 불편했다. 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모험을 하게 만드는 것은, 아프리카만이 보여주는 매력 때문이었다. 차로 비포장 도로를 들썩거리며 달리다 얼룩말, 코끼리, 기린들을 마주칠 때마다 어찌나 설레던지! 우리 속에 갇혀 무기력한 동물들이 아니라, 풀을 뜯어먹고 자기들끼리 부비면서 무리지어다니는 모습들이 정말 '살아있는' 동물의 세계였다. 그 생생한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은, 그동안 동물원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그 많은 동물들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다.

그뿐인가. 에티오피아에서는 50도에 육박한 열기에 활화산 에르타 알레(Erta Ale)의 정상까지 걸어가면서 난생 처음으로 탈수 증상을 겪기도 했다. 숨이 턱턱 막혀 힘도 없고 더는 걸을 수 없을 때쯤, 원주민 부족이 내 머리에 물 한 병을 다 들이부어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나는 3리터가 넘는 물을 마셔대며 겨우 올라간 정상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간 곳에서 매캐한 연기와 후끈한 열기 속에서 펄펄 끓어오르는 마그마를 본 기억은, 그 어떤 영화에서 보았던 것들보다 실감나게 훅하고 나에게 들어왔다.

채 1년이 안되는 시간동안 얻은 것은 내 삶을 통틀어서 가장 짜릿하고 갚진 경험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만해도 1년이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한국을 떠나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내가, 이제는 나의 도전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절대 헛되지 않다는 것을 믿는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동시에 나는 내 삶의 동반자인 남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했고,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성찰해가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한번쯤 갭이어(Gap year)를 가졌으면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성찰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자기의 세계를 넓혀갈 수 있는 시간. 나는 우리의 갭 이어(gap year) 덕분에, 앞으로의 삶에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던 잘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기에. 아직 우리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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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지 못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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