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률이 연달아 최고치를 경신 중인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한 대학교 취업정보 게시판에 취업관련 자료가 붙어 있다. / 뉴시스

"재수 좋으면 90세까지 살고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 고령화 시대의 뼈있는 농담이다. 누구나 오래살기 원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건강과 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들에겐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인생의 황혼을 안락하게 보낼 나이에 한 푼이라도 벌기위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현실이 그렇다. 반면 사회에 발을 내디뎌 활발히 경제 활동해야 할 20대 후반, 30대 초반 젊은이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놀고 있는 비율이 높다. 옛날 같으면 일터에서 은퇴할 나이에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청년들이 놀고 있는 것은 기형적인 현상이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한국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제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는 한국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25∼29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76.7%로 칠레와 더불어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공동 31위였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와 실업자 등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20대 후반 경제활동 참가율의 OECD 평균은 80.5%로 한국보다 3.8%포인트 높았다. 1, 2위를 차지한 스위스(90.9%), 아이슬란드(90.1%)는 90%대에 달하고 3위인 일본(88.0%)도 한국보다 11.3%포인트나 높았다.

30대 초반도 비슷했다. 한국의 30∼34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77.7%였다. 순위는 꼴찌에서 4번째인 32위였다. 반면 OECD 평균은 82.0%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한국에서 2030세대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다. 취업이 바늘구멍이다 보니 교육·훈련 등으로 경제활동 진입을 최대한 늦추는 청년들이 많고 '공시생(公試生)'이 증가하며 경제활동 인구로 잡히지 않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런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은 부모세대다. 하지만 이들의 부모도 60대에 접어들면 통장에 잔고가 없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1.5%로 아이슬란드(40.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수치는 OECD 평균인 14.5%의 2배에 달했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청년층에선 낮고 고령층에서 높은 것은 청년층의 취업 시장 진입이 어렵고 고령층은 일자리를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 겹쳐서다. 사회복지시스템이 부실하다보니 노인빈곤률이 높아지면서 고령층도 일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 근로의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아예 취업 자체를 포기하게 되어버리는 청년층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 또 대한민국을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린 주역인 6070세대가 일터로 내몰리고 있는것도 심각한 문제다. 청년실업과 노인빈곤 해결은 난제중 난제지만 타개해나가지 않으면 악순환이 심화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라가르드 IMF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골고루 확산되는 소득주도형 성장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성장의 과실이 청년과 노인들에게 골고루 향유(享有)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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