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제354회 국회(정기회) 제5차 본회의에서 직권상정 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7.09.11. / 뉴시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어제 부결됐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결과적으로 2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가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이념적 경향성과 편파적인 헌법관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보수야당의 일사불란한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보듯이 헌재소장의 막중한 역할을 감안하면 이념적으로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을 인선하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도 있지만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110일 동안 이를 통과시키지 못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후임 헌재소장은 이번 부결을 거울삼아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사고로 헌법을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을 인선해야 한다.

헌재소장은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대립구도 하에서 극단적인 이념적 편향성을 탈피해 균형을 유지하고 시대와 역사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 맡는 것이 적합하다. 하지만 김 후보는 바로 이런 점에서 헌재소장의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가 국가권력의 남용을 경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했으며,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지만 보수야당과 일부 변호사단체는 달랐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통진당의 해산결정 사건에서 김 후보자가 유일하게 독자적인 논리로 반대의견을 낸 것은 헌법질서 수호와 동떨어진 시각을 드러냈고 대다수 국민정서와 다른 인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후보로 지명된 이후에도 김 후보자는 통진당 해산에 반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결정이라면서 자신의 소신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이 때문에 헌재를 균형 있게 이끌고 갈 헌법재판소장의 재목으로서는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코드에 맞는 인물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임명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미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코스닥·비상장 주식투자로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12억2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이익을 거두고 특히 가짜 백수오 파동의 중심에 섰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으로 5억여 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 드러나 자진사퇴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강제 혼인 신고나 음주 운전 전력 등을 고백한 언론 기고문이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는 걸러지지 않았으며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만취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났다. 코드인사 비판을 받은 이들도 스스로 후보에서 물러났다. 유럽살충제 파동 와중에도 휴가를 떠난 유영진 식약처장 역시 자질부족으로 끊임없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헌법재판소는 8개월간의 소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면서 파행 운영되고 있다. 또다시 한쪽에 치우친 이념적 성향을 가진 인물을 고른다면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 사법 분야 최고의 경륜과 좌우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균형성, 헌법수호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인물을 인선해 헌재가 하루빨리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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