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6년 직지코리아 페스티벌 / 중부매일 DB

충북 청주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旨心體要節)'을 찍어낸 인쇄문화의 발상지이다. 고려 공민왕 21년(1377년)에 경한(景閑)이라는 승려가 역대 고승들의 게송(偈頌)·법어(法語)등에서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편찬한 '직지'의 존재는 동양에서도 변방(邊方)에 위치한 고려가 금속활자의 종주국이자 당시 세계문화의 최선진국이었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기념비적인 의미 때문에 직지는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그리고 지난 2003년부터 격년제로 개최했던 '청주직지축제'와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을 하나로 묶어 지난해부터 직지의 세계화를 위한 종합 미디어문화 축제로 격상시킨 것이 직지코리아 페스티벌이다. 직지코리아는 지난 7월26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정부로 부터 국제행사로 승인을 받으면서 내년 10월에 열리는 '2018년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사업비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직지코리아 행사가 국제행사 타이틀이 붙자마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직지코리아를 국제행사로 승인한 기획재정부가 정작 사업예산을 최근 전액 삭감한 것이다. "직지코리아 페스티벌을 일회성 축제가 아닌 청주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행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이승훈 청주시장의 다짐이 무색하게 됐다. 정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지정된 행사가 이처럼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직지코리아의 경제성을 높이평가하고도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기재부의 앞뒤가 안 맞는 어처구니없는 행정도 문제지만 기재부 예산편성과정에서 팔짱만 끼고 있던 청주시도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는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심사 제도를 대폭 강화 했지만 직지코리아는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인정받아 국제행사로 승인 받았다. 다양한 전시, 참여, 체험프로그램등 글로벌 문화축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록·인쇄분야 최고의 이벤트행사라는 점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이례적으로 기재부 외부평가 위원 8명 전원이 행사개최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부지원도 27억 원으로 증액됐고 행사기간도 늘어났다. 하지만 예산편성과정에서 정부의 복지예산 증액에 밀려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예산을 주로 복지와 안전분야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예산이 올 대비 7% 상승한 반면 SOC(사회간접자본), 환경, 문화 예산은 감소했다. 그러나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문화분야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도 소중하다. 인류 문화유산인 직지의 무한한 가치와 상품성을 감안한다면 직지코리아는 내년에 반드시 개최돼야 한다. '직지세계화'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청주시는 직지코리아를 통해 직지의 창조적인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려면 우선 국비확보부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직지코리아는 어떤 난관이 있어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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