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소설가 故 마광수(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씨의 빈소가 마련돼있다. 이날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인은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89년 장편소설 '권태'로 데뷔,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여관으로' 등의 작품을 남겼다. 2017.09.05. / 뉴시스

지난 5일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1992년 그는 대학교수와 제자인 여대생간의 외설적 성관계를 그린 소설 '즐거운 사라'로 외설 시비에 시달렸고, 결국 음란물 제작과 배포 혐의로 강의실에서 체포 구속되었다. 비록 성(性)적 담론을 중심으로 한 것이지만, 마 교수가 줄곧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정부의 국민 훈육주의, 대학교수 사회의 권위주의, 문학계의 계몽주의와 도덕주의 속에 감춰진, 그들의 위선이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권위주의 정부와 기성 학계, 문학계의 엄청난 반발을 샀다. 작가 이문열은 그의 작품이 구역질이 난다고 했고, 손봉호 서울대 교수는 그 때문에 에이즈가 유행한다고 억지를 부리며 그에게서 교수 칭호를 박탈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했다.

그의 구속으로 대한민국은, 그 당시 선진민주국가들 중에서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그것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작가를 구속한 유일한 국가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마 교수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구속은 5년 정도 지나면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5년이라는 시간은 쉽게 도래하지 않았고, 정부와 문화예술계의 보수 권력자들의 치욕스런 영광에 대한 집착도 그치지 않았나 보다. 1997년 소설가 장정일이 같은 죄목으로 법정구속 되었고, 21세기가 시작되고도 한참이 지난 2010년에는, G20 정상회담 포스터에 'G'를 빗대어 '쥐'를 그려 넣어 G20을 앞두고 온 국민에게 국격을 강요하는 정부를 풍자한 대학강사 박 아무개에게 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마광수 교수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무식한 백성을 가르치고 훈도하여 순치시키는 도덕교과서가 되어서는 안된다. 문학의 참된 목적은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의 창조적 일탈이다", "기성 도덕과 가치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스스로 점잖은 교사를 가장하는 것은 작가로써 가장 자질이 나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위대한 정치철학자 밀(J. S. Mill)은 앞서가는 자의 정상 궤도를 벗어나는 실험이 없고 이에 대한 사회의 관용이 없다면, 우리 인류 사회는 도무지 발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체제 이데올로기와 일반의 통념에 어긋나 종국에 금지되고 파괴된 학문적, 예술적 실험들이 없었다면, 아직도 인류는 중세 신분제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 작가들은 여전히 중세 기사들의 영웅담과 같은 노래만 하고 있을 것이다.

손봉호 같은 점잖은 원로 교수들, 이문열과 같은 문학계 권력자들, 그들을 구속한 수사기관과 법원은, 마 교수, 장정일, 박 아무개의 표현은 지극히 사회통념에 어긋나며, 그들의 사고는 도저히 정상적 시민의 사고라고 할 수 없다고 맹비난 하였다. 그러나 시간은 오히려 그들 보수 권력자들이 反사회적이고 非정상적임을 증명했다. 지금은 촌스럽고 황당하기 만한 6-70년대 장발, 미니스커트 단속 사진과 술 취해 한풀이 하는 서민들을 반공법으로 엮은 사건처럼, 지금 와서 보면 그들의 작품은 싱겁기 그지 없고, 그들의 표현는 지극히 정상적인 자유 행위에 불과하다.

최용현 변호사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블랙코미디 같은 일이 없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일은 미래에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보여지듯, 권위주의 정부가 등장하고 그 정부가 자신들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문화예술계의 보수 권력자들이 이에 동조한다면, 이러한 블랙코미디는 언제라도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정부, 문화예술계, 종교계의 보수 권력자들이 공모하여 마 교수를 구속하는 한바탕 굿판을 벌인 것처럼 말이다. ≪즐거운 사라≫와 달리 평생을 보수 권력자들이 내세우는 권위와 질서, 사회와 대중의 통념과 편견에 시달려 우울하게 생을 마감한 마광수 교수, 부디 저 세상에서는 오직 즐거운 마광수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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