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농업의 블루오션 곤충산업] ⑦여운하 (사)한국곤충산업협회 충북지부장
애벌레 한약재 수요 계기로 연구·사육 시작
영동 시항골 新사업 부상…국내 점유율 35%
돈 되는 미래산업…규격화·유통체계 확립 시급

여운하 (사)한국곤충산업협회 충북지부장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충북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에 자리잡은 시항마을은 골짜기가 깊었다. 농가들은 울창한 숲 속 골짜기를 따라가며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밤낮의 기온차가 큰 덕분에 예로부터 표고버섯과 감, 곶감이 유명했다. 시항마을을 설명하는 또 다른 특산물은 장수풍뎅이다. 장수풍뎅이 사육과 곤충연구회활동을 하는 영동장수풍뎅이연구회 회원만 22명에 달한다. 지난 1일 시항골 깊은 골짜기에서 영동장수풍뎅이연구회를 조직하고 (사)한국곤충산업협회 산파 역할을 한 여운하 '해뜨는 곤충농장' 대표를 만났다.

#위풍당당 장수풍뎅이 사육

충북지역 곤충농가는 124호. 영동에 가장 많은 48호가 있다. 학습 애완용으로 쓰이는 장수풍뎅이 사육 농가가 40호로 가장 많고 사슴벌레 사육 농가는 1호, 식용과 약용으로 쓰이는 꽃무지 생산 농가와 갈색거저리 생산농가는 각각 2호, 귀뚜라미 생산농가는 3호가 있는 것으로 지난해 충북도 조사 결과 나타났다.

충북에서 장수풍뎅이를 사육하는 농가는 모두 58호로 이들 농가에서 생산하는 장수풍뎅이의 국내 점유율이 3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충북이 특히 영동이 장수풍뎅이로 유명해진 데는 여운하 대표의 역할이 컸다.

여운하 대표는 1990년대 이미 곤충산업에 뛰어들었다. 1981년 소를 키우기 위해 시항골에 들어왔지만 1986년 소파동을 겪으며 표고버섯 농사로 방향을 돌렸다.

표고버섯 농사는 곤충산업에 뛰어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폐목을 쌓아둔 곳에서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나왔고 한약재로 찾는 수요가 생기면서 산업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동농업기술센터가 전문적인 사육을 도왔다.

전국적으로도 여운하 대표를 장수풍뎅이 사육 원조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목반을 구성하고 기술 이전을 하면서 곤충산업의 기초를 다졌다.

2002년 영동장수풍뎅이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작목반을 구성했지만 시련이 많았다. 보관을 할 수 없어 봄에 다 팔지 못한 것들은 그대로 죽어버렸고 고스란히 피해로 남았다. 2005년 농산물 품목별 품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비로소 마을에 저장고를 갖추게 됐다.

#장수풍뎅이 어디까지 아세요

시항골의 특산물인 장수풍뎅이는 학습용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1년이면 장수풍뎅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호응이 높다. 장수풍뎅이는 우화 후 10일이 지나면 짝짓기가 가능한데 사육세트를 만들어주면 사육환경에 적응한 뒤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 후 10일이 지나면 암컷이 톱밥 안으로 들어가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란색으로 변하며 크기도 5cm로 커지게 된다. 장수풍뎅이 알은 산란 후 2주를 전후해 부화한다. 갓 부화한 애벌레를 1령 애벌레라고 하는데 알껍질을 먹는 것으로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애벌레는 크기에 따라 1령, 2령, 3령 애벌레로 구분하는데 완전발효톱밥을 먹고 허물을 벗으며 성장한다. 태어난 지 10~14일 정도에 허물을 벗는데 이때가 2령이며, 2령 애벌레에서 20~24일 정도 지나면 또 다시 허물을 벗어 3령이 된다. 이때부터 번데기가 될 때까지 3령 애벌레로 생활한다.

3령 애벌레 말기가 되면 톱밥에 번데기 방을 짓고, 얼마 지나면 몸이 황색으로 짙어지면서 3령의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된다. 이 과정을 융화과정이라 부른다. 실내에서 사육 시 3~4주 정도가 지나면 우화를 하는데 장수풍뎅이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나오면 어른벌레가 된다.

처음에는 등껍질이 하얀색에 몸이 단단하지도 않아 바로 활동하지 않고 번데기 방 안에서 몸을 말린다. 등껍질이 진한 갈색이 되면서 몸이 단단해질 때까지 10일 정도가 걸린다. 이후 장수풍뎅이는 번데기 방을 부수고 톱밥 밖으로 나오게 된다.

영동장수풍뎅이연구회는 학습용과 애완용 장수풍뎅이 사육상자를 보급하고 있다. 주로 어린 아이들의 교재를 납품하는 회사들과 거래하고 있다. 곤충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육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여운하 대표는 학습곤충의 규격화와 생산 및 유통 분야의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학습곤충 규격화와 지원체계

"곤충산업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사육 농가의 체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농가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2015년 통계 자료를 보면 곤충사육농가의 53%가 연 수입 1천만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여운하 대표는 체계적인 사육 시스템 마련과 학습용곤충의 규격 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시장이 적다보니 생산자간 경쟁으로 가격이 하락 하는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용이든 애완용이든, 학습용이든 정확한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곤충사육농가는 규격화된 곤충을 생산하고, 정부는 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부와 연계해 유통 지원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운하 대표가 곤충의 규격 생산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는 산업적 경쟁력을 위해서다.

일본의 경우 장수풍뎅이는 7~8cm, 왕사슴벌레는 7~8cm를 키워야 하는데 국내 현실은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사육기술 확보는 곤충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여운하 대표는 충북곤충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화 작목을 육성하고 관련 식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기획취재팀 (팀장 김정미, 이지효)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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