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현철 디지털미디어부 기자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보고싶던 영화나 소설의 심사평과 대략적인 줄거리 정도만을 알고자 했던 검색만으로 뜻하지 않게 결말까지 알게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을 일컬어 네티즌들은 '스포를 당했다'라고 표현한다. '스포'는 스포일러(Spoiler)의 줄임말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의 내용을 예비 관객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를 말한다.

이야기의 대략적인 줄거리 파악에 대한 정보제공을 넘어, 이야기 전개의 기대감마저 무너뜨린다. 간혹 한줄의 제목만으로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는 글도 커뮤니티사이트에 나돌면서 잠재적으로 관객 수를 떨어뜨리는 등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달갑지 못한 사정이다.

SNS에서는 영화의 결말뿐만 아니라 주요 장면이 담긴 영화의 영상까지도 유출, 공유되는 등 훼방꾼들의 악행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SNS 스포 사례로는 지난해 누적 관객수 1천156만여 명으로 역대 9위의 흥행성적을 낸 영화 '부산행'을 꼽을 수 있다. 관객수가 증명하듯 당시 부산행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 영화는 좀비를 소재로 바이러스 감염을 피해 생존하려는 긴장감이 스토리를 이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하고 얼마안돼 영화 홍보 포스터에 동그라미와 엑스표시로 등장인물들의 생존여부를 나타낸 이미지파일 한 장이 떠돌았다. 그리고 누리꾼들은 친구에게 장난을 친다는 가벼운 이유로 주변사람들을 해당 글에 태그하거나, 공유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결말이 사진 한장으로 머릿속에 강하게 남으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거(부산행) 안 본 뇌 삽니다'라는 실망감 서린 말들도 생겨날 정도였다.

연현철 기자

영화 분석과 해설은 영화를 보면서 놓친 부분이나 장면의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분명한 정보제공의 역할인 셈이다. 하지만 사전에 결말을 포함한다는 경고의 문구도 없이 작성된 리뷰는 넓은 오지랖으로 고약한 심보를 부리는 훼방에 불과할 뿐 정보로 환영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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