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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갑질

기사승인 2017.08.20  19: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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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뜨락]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필자는 종종 각종 계약서를 작성하는 작업을 하곤 하는데, 계약서의 전형적인 문구로서 계약 당사자를 각각 '갑', '을'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계약상 평등한 당사자를 표현하는 '갑'이 최근에는 '갑질'이라는 단어로 더욱 자주 사용된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매일 '갑질' 행태가 자극적으로 보도되고 있어 어지간한 '갑질' 기사는 식상하게 느껴지고, '돈 많은 사람',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은 모두 다 '갑질'의 주인공이 아닌가 착각을 불러일으킬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 주변에 이른바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분이 있다. 그 분이 어느 날 필자에게 "웬만하면 손해보고 넘어가는 편이 낫다. 괜히 시시비비를 따지면 볼 성 사납다"고 말씀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은 늘 허름한 행색의 노인이 비싼 차에 흠집을 내도, 식당 종업원이 실수로 비싼 옷에 음식을 쏟아도' 마냥 그저 '괜찮다'로 대응하신다. 필자 주변의 지위가 높거나 경제적으로 대단히 여유로우신 분들이 대부분 저렇게 행동하시니, 각종 뉴스에 보도되는 '갑질' 보도는 정말 특이한 사람들의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필자는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갑질을 하는 것을 더 자주 경험한다. 필자가 어느 날 쇼핑몰에서 옷을 한 벌 사들고, 인근에 있는 찻집으로 간 적이 있다. 찻집 주인과도 막역하게 말을 나누는 사이인데, 그는 쇼핑백을 들고 들어서는 필자를 보고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그 옷 어디서 샀어요?'라고 물었다. 필자는 근처 쇼핑몰에서 샀다고 대답을 했다. 찻집 주인이 갑자기 '아깝다. 정말 아까워'라는 말을 연발하기에 '뭐가 아까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그 옷가게 점원이 찻집에 와서 손님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행패나 다름없는 매우 무례한 행동을 했다며 미리 알았더라면 필자와 함께 옷을 사러가서 고객 입장에서 갑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깝다'를 연발했다고 대답했다. 필자는 잠시 옷가게 점원이 얼마나 무례하게 굴었으면 저렇게 복수 갑질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까싶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가, 아무리 행패를 부렸다고 해서 손님으로 찾아가서 똑같이 생트집을 잡으며 무례한 행동을 하겠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필자는 최근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 요구를 하며, 수임료를 내었으니 자신의 스트레스를 받아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행패를 부렸던 의뢰인이 떠올랐다. 이 의뢰인에게 이성적인 설명은 무용지물이었다. 하는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말을 며칠간 가만 들어주었더니, 어느날 난동을 부리던 그 분이 지금 이 분과 같은 인물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갑자기 이성을 찾으셨다. 필자는 급격한 변화에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괘씸하기도 해서, 그 분께 '본인이 말도 안되는 생 떼를 쓰신 것은 혹시 알고 계세요?'라고 조심스레 여쭤봤다. 그러자 그 분은 민망한 듯 미소를 띠며 '저도 알아요. 변호사님~ 제가 사는 것이 힘들어서 그랬어요. 사는게 힘들어서..'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사는 것이 힘들어서 갑질하는 것으로 타인에게 그 스트레스를 전가하는 세상인 것이 한탄스럽게 느껴졌다.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요즘 세상은 높은 지위 또는 많은 돈을 이용한 갑질도 난무하지만,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이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그저 사는 것이 힘들어서' 갑질을 하기도 한다. 부디 앞으로의 세상은 빈부격차,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늘 스스로의 행동을 신경 쓸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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